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첨단 반도체 검사·검증 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경기 성남시와 대구에 마련된다. 고가의 장비 도입 부담을 완화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팹리스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팹리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첨단 장비 공동 이용 지원’ 사업 주관 기관으로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총 451억 원을 투입해 경기 성남시 제2판교 시스템반도체개발지원센터에 칩 설계 및 성능 검증을 위한 첨단 장비들을 반입한다.
구체적으로 시제품 제작 전 칩의 동작 여부를 가상 환경에서 미리 검증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 환경과 에뮬레이터를 구축한다. 에뮬레이터는 전자장비의 동작 여부를 가상 공간에서 재구성해보는 장비를 뜻한다. 시제품 칩의 성능과 표준 적합성을 검증할 수 있는 고성능 계측 장비와 분석 시스템도 함께 갖출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팹리스 지원을 위한 첨단 장비의 시급성을 고려해 이번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업 예산 23억 원이 추가됐다”며 “신속한 집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에 소재한 반도체 중소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고신뢰 반도체 상용화를 위한 팹리스 검사·검증 지원 사업’은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주도한다. 반도체 설계 단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검증·확인에 필요한 전문 장비 4종과 전용 검증 공간 인프라가 포함된 거점 센터를 대구시청 별관에 구축하는 내용으로 2029년까지 5년간 총 217억 5000만 원이 투입된다. 산업부는 센터가 완성되면 지방 팹리스 기업들이 자동차·로봇·의료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고가 장비 도입이 어려웠던 중소 팹리스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