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5월 들어 크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한국의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은 12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8%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1~10일(-29%)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올해 5월 초순 수입액은 같은 기간 15.9% 줄어든 146억 달러였으며 이에 따라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0대 수출국 중 대만(14.2%)과 말레이시아(13%)를 제외한 나머지 8개국은 모두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최대 수출 시장인 대중 수출은 28억 달러로 20.1% 줄었다. 미중 무역전쟁 탓에 대중 중간재 수출 또한 동반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대미 수출은 20억 달러에 그쳐 무려 30.4%나 쪼그라들었다. 이어 베트남(-14.5%)과 유럽연합(EU·-38.1%), 일본(-30%) 등으로의 수출도 일제히 감소했다.
품목별 수출 동향도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냈다. 아직 미국의 관세 부과가 시작되지 않은 반도체(14%)만 오름세를 나타냈을 뿐 10대 품목 중 나머지 9대 품목은 수출이 대폭 감소했다. 자동차(-23.2%)와 자동차 부품(-42.6%), 철강 제품(-41.2%) 등 품목별 관세에 노출된 업종들에서 수출이 크게 줄었다.
다만 5월 초 황금 연휴가 이번 수출 감소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일부터 6일까지 엿새 동안 이어진 황금 연휴의 영향으로 조업일수가 감소해 계절적 영향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기간 조업일수는 6.5일이었는데 올해는 5일로 줄어 23.1%의 자연 수출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는 관측이다. 조업일수의 영향을 배제하고 보면 일평균 수출액은 1.0% 감소해 낙폭을 줄였다.
향후 수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미중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일단 긴장감이 완화된 점은 호재지만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 선까지 내려온 점은 악재로 해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보통 월말로 갈수록 수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남은 20일간 수출입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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