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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떠안을라"…부동산신탁사 '책임준공' 줄이기 안간힘

■첫 손배판결 앞두고 리스크 관리

사업장 1년새 580개→223개

신규 수주 않고 인허가 서둘러

대주단 승소땐 '원리금 전액' 배상

PF 리스크 노출 규모 1.6조 달해

책준 위축땐 중소 건설업체 '타격'





부동산신탁사들이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장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 하반기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 첫 소송 결과에 따라 많게는 수백억 원의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는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책임준공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 건설사들의 수주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3개 부동산신탁사가 보유한 책임준공 사업장 수는 2023년 580개에서 지난해 말 223개로 6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책임준공 사업 비중이 높았던 금융 계열 신탁사들의 사업장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신한자산신탁은 2023년 133개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 37개로 급감했다. KB부동산신탁(72개→31개), 교보자산신탁(66개→26개), 하나자산신탁(47개→22개), 우리자산신탁(43개→7개) 등도 사업장을 줄였다. 한국토지신탁이 보유한 책임준공 사업장은 경기 안양시 오피스텔 1곳으로, 올 9월 계획대로 준공이 완료되면 ‘제로(0)’가 된다. 코람코자산신탁 역시 지난달 광주 주상복합을 준공하며 책임준공 사업장이 총 2곳만 남았다.

이는 신탁사들이 신규 수주를 중단하고 책임준공 의무 기한이 도래한 사업장의 인허가를 서둘러 준공을 유도한 데 따른 결과다. 책임준공은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신탁사가 금융 비용 등 모든 책임을 떠안는 일종의 보증 상품이다. ‘고위험·고수익’ 구조로 건설 경기가 좋을 때는 효자 노릇을 했지만 최근 부도 건설사가 늘어나면서 실적 발목을 잡는 리스크로 떠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탁사 13곳의 합계 영업손실은 5157억 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 신탁사들의 총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0년 이후 약 14년 만이다.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 사업을 서둘러 종료하는 것은 배상 책임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먼저 올 10월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이 신탁사를 상대로 제기한 책임준공 미이행 손해배상 소송의 첫 결과가 나온다. 피고는 신한자산신탁이며 손해배상 규모는 575억 원이다. 쟁점은 배상 범위다. KB증권 등 대주단은 ‘대출 원리금 전액’을, 신탁사는 ‘준공 지연에 따른 연체이자’를 각각 주장하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만약 대주단에 유리한 소송 결과가 나올 경우 부동산신탁사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동산신탁사 7곳의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 수는 43개, PF 잔액은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KB부동산신탁은 올해 2월 서울 서대문구 도시형생활주택과 부산 오피스텔 개발 사업 대주단으로부터 각각 책임준공 미이행을 사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2건의 소송가액을 합하면 436억 원이다. A 부동산신탁사 고위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책임준공 기한이 지났음에도 일단 소송 청구 없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이 여럿”이라며 “1심 결과에 따라 대주단의 소송 제기가 본격화될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탁사 부실이 이어지자 금융 당국은 올해부터 책임준공 상품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높였다. 여기에 건설 경기 위축으로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 역시 책임준공 사업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폐업 공고(일부 폐업·업종 전환 포함)는 총 160건으로 2011년(164건)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았다. 신동아건설·벽산엔지니어링·삼부토건·대우조선해양건설·대흥건설 등 올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건설사도 벌써 10곳을 넘어섰다.

다만 신탁사 책임준공 사업 위축의 불똥은 다시 중소 건설사로 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책임준공 상품은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가 PF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책임준공 사업에서 철수하는 신탁사가 많아질수록 중소 건설사는 수주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대체분석팀 연구위원은 “책임준공 신탁 위축은 중소형 건설사의 PF 참여 부재로 이어지고, 결국 대형 건설사 위주로 편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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