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통상 전쟁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 통상 담당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물론 국가간 통상 현안을 다루기 위한 양자간 물밑 협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중 양국도 양자 통상 장관 회담을 갖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 등 현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APEC 통상장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이틀간 진행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이 APEC 행사를 주관하는 것은 2005년 이후 20년만”이라며 “미국·중국·일본·호주·캐나다·칠레 등 아태지역 21개 주요국 통상장관들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차장 등이 두루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통상장관회의는 10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 주제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에 맞춰 △무역원활화를 위한 AI혁신 △다자무역체계를 통한 연결 △지속가능한 무역을 통한 번영의 3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정 본부장은 개회사에서 “APEC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고 글로벌 통상 환경이 엄중하다”며 “그 어느 때보다 APEC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당면한 정치적, 경제적 갈등과 불확실성 해소에 이번 회의가 도움이 되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식 세션과 별개로 주요 국가 간 협상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전날 멕시코·파푸아뉴기니·필리핀을 시작으로 15일엔 중국 등 6개국과 양자회담을 벌인다. 한중 양자회담에는 정 본부장과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이 양국 대표로 참석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중 FTA 강화, 한중일 FTA 추진, 공급망 안정화 등 양국간 주요 무역 현안들이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16일에는 한미 양국이 통상 협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한국 측 대표로 나선다. 미국 측에서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협의는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2+2 한미 통상협의’의 후속 회담 성격으로 상호 관세 폐지를 위한 ‘7월 패키지’의 마련 방향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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