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15~16일 제주에서 개최되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사흘간 마라톤 관세 협의에 나섰다. 고위급 면담과 실무 면담을 연달아 진행하면서 7월 초 패키지 합의안 마련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마련된 APEC 회의장 밖에서는 이번 회의에 참여한 21개국의 양자 면담도 다수 이뤄졌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 제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한미 간 통상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주요국과의 협상 동향을 문의했다”며 “전날 통상정책국장이 미국 측과 업무 협의를 한 데 이어 오늘 그리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 정보가 계속 축적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한미 간 관세 협의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그리어 대표가 16일 오후 4시 30분에 제주에서 만나 약 30분간 그간의 협의 진행 상황을 중간 점검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에 앞서 국장급·장관급 협의를 추가로 진행한 것이다. APEC 통상장관회의를 전후로 사흘간 매일 최소 한 번씩 미국과 만나게 된 셈이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대표가 와 있을 때 최대한 협의를 진행하려는 것”이라며 “15~16일 두 차례 면담에서 각각 할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구분해둔 만큼 순차적으로 질서 있게 미국과 접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흘간 이뤄질 협의에서는 조선·원자력 협력, 철강·자동차 품목관세 인하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 측은 미국이 최근 영국에 대해 자동차 관세를 낮추고 철강 관세를 철폐한 만큼 품목관세 면제를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물론 대선 이후부터 본격적인 협상의 장이 열리겠지만 양측이 협상 카드를 이제 거의 다 꺼내둔 것으로 보이니 이제는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나올 수 있는 시점”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그리어 대표와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도 이날 오후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본지 5월 14일자 1·3면 참조
이달 12일 양국이 90일간 상호관세를 기존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한 제네바 합의를 발표한 후 사흘 만에 또 마주한 것이다.
우리 측 역시 이날 오전 리 부부장과 양자 면담을 갖고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가속화, 다자 체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다만 정 본부장은 한중 양자 면담에서 중국이 미국의 대중 제재 행보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느냐는 질문에는 “경제안보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정 본부장은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과의 면담에서는 부가가치세 환급 지연에 따른 우리 기업의 애로를 전달하고 멕시코 경제부 통상차관에게는 그간 중단된 한·멕시코 FTA 논의를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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