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핵 프로그램’을 이용자에게 판매한 수익도 범죄수익으로 추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프로그램을 구매해 사용한 이용자와 판매자가 함께 게임사의 업무를 방해한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모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핵 프로그램을 판매해 얻은 대금은 ‘업무방해죄로 취득한 재산’으로서 범죄수익에 해당한다”며, 추징 판단을 하지 않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 씨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8월까지 공범들과 게임 이용자들에게 수회에 걸쳐 핵 프로그램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프로그램은 온라인 게임의 보안 기능과 운영 제한을 무력화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으며, 구매자들이 이를 실행해 게임사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게임 운영 업무를 방해했다.
핵심 쟁점은 프로그램 판매로 얻은 대금이 추징 대상이 되는 ‘범죄수익’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정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억 4441만여 원을 추징하도록 했다. 반면 2심은 “판매 수익은 게임 이용자가 핵 프로그램을 실행해 업무를 방해한 결과로 생긴 것이 아니다”라며 추징 부분은 기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핵 프로그램 판매자와 사용자 간에 업무방해죄의 공동정범 관계가 성립한다면, 판매로 얻은 수익도 중대범죄에 따른 범죄수익”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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