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성수동 골목의 한 건물에서 뒤로 묵은 백발 머리, 검은 선글라스를 쓴 얼굴 실루엣의 조형물 뒤로 문이 열린다. 건물의 외관부터 내부까지 모두 흰색, 검은색으로 꾸며졌다. 바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를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다. CJ온스타일은 칼 라거펠트의 철학을 담은 팝업을 17일부터 26일까지 운영한다.
칼 라거펠트가 누구길래
칼 라거펠트는 지금의 샤넬을 있게 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다. 1983년 샤넬에 합류해 2019년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다. 그가 샤넬에 있으면서 트위드 수트와 퀄팅 백, 샤넬 로고, 샤넬을 상징하는 까밀리아 등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칼 라거펠트는 자신의 이름을 본따 ‘칼 라거펠트’ 브랜드도 운영했다. CJ온스타일은 이 브랜드를 2019년 한국의 단독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에서 CJ온스타일을 통해 브랜드 제품을 판매해왔다. 이번 팝업은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은 칼 라거펠트 본사와 이 브랜드를 국내 소비자에 더 알리고 싶은 CJ온스타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성사된 것이다. 김훈 칼 라거펠트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본사에서도) 지속적으로 한국 시장에 계속 관심갖고 있고 서서히 (사업을)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며 “한국 시장을 잘 아는 CJ온스타일과 함께 한국에 맞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팝업 통해 3040 넘어 2030 노린다
팝업은 칼 라거펠트의 디자인 철학을 소개하고 브랜드 정체성이 담긴 의류, 가방 등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칼 라거펠트가 그린 드로잉북들이 장식돼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 표현을 구현해낼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됐다. 벽면 옆에는 2023년 멧 갈라에서 공개됐던 반려묘 ‘슈페트’를 본따 만든 코스튬이 전시돼있다.
팝업 중앙에는 와이셔츠 깃으로 만든 ‘칼 셔츠칼라 트리’와 한지로 만든 와이셔츠를 볼 수 있다. 이 전시품들은 공식석상에서 흰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을 즐겨 입었던 칼 라거펠트를 상징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팝업인 점을 고려해 전시품의 와이셔츠를 한지로 특별 제작됐다.
팝업 안쪽으로 들어가면 칼 라거펠트 브랜드의 2025 봄/여름 시즌 전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 제품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브랜드 본사를 디자인으로 활용한 가방, 스카프와 칼 라거펠트를 캐릭터화해 디자인한 신발, 셔츠 등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시즌 상품들이다. 팝업을 방문한 고객들은 현장에서 제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다.
팝업에서 소개된 제품들은 젊은층인 2030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기존 CJ온스타일에서 칼 라거펠트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주로 3040세대인 것과 대조적이다. 성수에서 팝업이 열리는 지역적 특징과 함께 브랜드가 더 넓은 연령대에도 소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훈 디렉터는 “이번 팝업으로 칼 라거펠트의 디자인과 철학, 히스토리를 한국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CJ온스타일은 칼 라거펠트 외에도 바니스뉴욕, 다니엘 크레뮤, 에디바우어 등 글로벌 라이선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 패션의 대중화를 이끌고 유통업계에서 해외 패션 운영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CJ온스타일 측은 “글로벌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육성함으로써 고급화와 차별화 경쟁력을 강화하며 ‘패션은 역시 CJ온스타일’이라는 명성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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