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동이 정비사업으로 ‘원조 부촌’ 위용을 되찾아가면서 주변 소규모 빌라촌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노후도 문제 등으로 정비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가로주택구역에서 뜻이 맞는 조합원들이 정비구역 지정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 922·923번지 일대 주민들은 구청에 서울시 모아타운 사업 지원을 위한 주민제안을 요청했다. 서초구는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주민제안을 받고 오는 23일까지 모아타운 찬반 의견을 취합 중이다. 찬반 문턱을 넘으면 서울시에 전문가 사전 자문을 구하고, 관리계획 수립과 관리계획 승인 요청 단계로 나갈 수 있다.
모아타운은 신축·구축 건물이 혼재돼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처럼 공급하고 지하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지역 단위 정비방식이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지역 내 이웃한 다가구·다세대 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1500㎡ 이상)로 아파트를 공동 개발하는 모아주택(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미 방배동 곳곳에서 모아타운 또는 모아주택 사업이 추진 중이다. 방배동 977·978번지는 2021년 11월 서초구 모아타운 1호 대상지로 선정된 뒤 2023년 12월 977번지에 대한 관리계획 승인 고시가 먼저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방배동 1434일대 모아주택(가로주택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안이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이는 방배동의 대형 재건축이 이어지면서 소규모 빌라촌에도 정비사업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방배 5구역(디에이치방배), 올해 2월 방배6구역(래미안 원페를라)이 청약을 진행한 데 이어 방배 13구역(방배포레스트자이), 14구역(방배르엘) 등 재건축 대어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방배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규모 개발로 대단지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동의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빌라를 찾는 매수 문의도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이 실제로 실현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노후·불량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가 3분의 2 미만인 경우 △2022년 이후 매입한 건축물 소유자 동의율이 30% 이상인 경우 △토지 등 소유자 25% 또는 토지면적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는 경우 △부동산 이상 거래 급증 등 투기세력 유입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민제안이 불허되기 때문이다. 주민제안 문턱을 넘더라도 자문 동의 기준(토지 등 소유자 60%·면적 2분의 1)을 통과해야 서울시에 관리계획 승인 요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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