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싸우지 않고 사는 것은 좋은 게 아닙니다. 오히려 위험하다는 신호죠. 부부 간에 때로는 ‘건강한 싸움’도 필요합니다.”
이주은 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은 부부의날(21일)을 앞두고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싸움을 하지 않은 부부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포기한 채 휴전 상태에 있는 것”이라며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기대가 없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6년 부부가족상담센터를 개소한 이 원장은 부부 문제를 비롯해 부모·자녀 간 갈등 등 가족과 관련된 상담을 2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교육방송(EBS)의 ‘부부가 달라졌어요’와 ‘부모’ 등에 출연하고 ‘결혼은 잘못이 없다’를 출간하는 등 방송·저술 활동을 통해 부부 상담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원장은 “부부 싸움은 하지 않으면 좋지만 때론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부 간에 이견이 발생하고 문제가 있을 때 대화를 중단하기보다는 다투는 과정을 통해 오해를 풀고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의견 차이도 생기고 이를 잘 조절해야 한다”며 “부부 싸움이 없다는 것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으로 이는 부부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로의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 건강한 부부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부는 서로의 응원자라는 생각을 항상 새겨두고 소통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이 있어야 소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결혼을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과정으로 봤다면 지금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서로의 삶을 격려하고 지지·응원하면서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꾸준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애착과 친밀감을 꼽았다. 특히 부부 중심의 생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상담센터를 찾는 모든 부부들에게도 남편과 아내가 중심이 되는 부부 생활을 하라고 조언한다. 이 원장은 “예전에는 부모님과 자녀를 중심으로 결혼 생활을 하면서 부부가 희생하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했지만 남편과 아내가 주인공이 되지 못하면 부부 생활이 불행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위기의 부부들에게 ‘아이 때문에 이혼하지 않고 참고 살지 말라’고 조언한다. 엄마·아빠를 향해 ‘우리를 봐서라도 참고 살아달라’고 말하는 아이는 없을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자녀에게 상처만 주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 때문에 참는다’는 소리를 들은 자녀는 엄마·아빠가 헤어지고 싶어도 자신 때문에 이혼을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면서 큰 상처를 받게 된다”며 “이혼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부부 각자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데 아이 때문이라는 말은 자녀 핑계를 대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행복한 부부 생활을 위한 팁을 달라는 질문에 이 원장은 “서로의 성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자매들도 성격이 다른데 하물며 수십 년 동안 각자의 삶은 살아온 남녀의 성격은 당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이혼하는 부부들이 대부분 성격 차이를 이유로 들지만 세상에 성격이 같거나 엇비슷한 사람은 없다”며 “위기의 부부들을 상담할 때 나타나는 공통점은 성격 차이가 아니라 서로 간의 존중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