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 국유상업은행이 1년 정기예금 금리를 0.95%로 고시하며 사상 첫 ‘0%대 금리’ 시대에 들어갔다. 중국 당국이 강력한 내수 부양을 추진하며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시중은행 예금금리까지 낮추며 유동성 공급 종합 대책을 꺼내든 셈이다. 일각에서는 수출 의존형 경제를 내수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0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농업은행·건설은행·중국은행 등 4대 국유은행이 위안화 예금금리를 인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3개월·6개월·1년·2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모두 15bp(bp=0.01%포인트) 인하돼 각각 0.65%, 0.85%, 0.95%, 1.05%가 됐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또 이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7개월 만에 0.1%포인트 내렸다. 일반 대출 기준인 1년물 LPR은 3.0%로, 주택담보대출 기준 역할인 5년물 LPR은 3.5%로 조정했다. 앞서 7일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지준율과 정책금리 인하로 LPR이 0.1%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은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요구됐다.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따른 위안화 약세 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에 LPR 인하와 함께 중국 주요 은행이 예금금리를 내리며 유동성 공급을 통한 내수 부양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LPR 인하로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수요가 늘고, 은행 예금금리를 낮추면 저축 수요가 줄어들어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저축률은 34.23%(2022년 기준)로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저축을 선호하는 국민들에게 루비콘강을 건너도록 유도했다”면서도 “예금에서 주식시장 등으로 자금 이동 가능성이 커졌지만 불투명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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