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인공지능(AI) 파일럿인 ‘카일럿(K-AILOT)’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AI는 차세대 공중전투체계를 구현하기 위해 국내외 AI 전문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KAI는 2023년부터 AI 파일럿 개발에 착수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유무인 복합체계 구현을 위한 AI와 빅데이터 등 핵심 기술 확보에 1025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 해부터는 다목적 무인기 축소기에 카일럿을 탑재해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2028년 개발을 목표로 하는 자동표적식별 및 회피 비행이 가능한 반자율 유무인 편대비행 등이 가능해지면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가 한층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공중전투체계는 KF-21과 FA-50, 수리온(KUH) 등 KAI의 주력 유인 항공기와 무인전투기(UCAV), 다목적 무인기(AAP), 한국형 차세대 고속기동헬기(KFVL), 위성을 연결해 운용하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다. 카일럿은 무인기가 적 방공망을 뚫고 침투해 감시·정찰부터 전자전, 타격, 자폭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전술까지 제공하는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KAI는 AI 기반 유무인 공중전투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KAI는 지난 3월 생성형 AI 기술에 특화된 젠젠에이아이에 60억 원을 투자해 지분 9.87%를 확보, 2대 주주에 올랐다. 젠젠에이아이는 다양한 센서 데이터를 모사한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실데이터 수집의 한계를 극복하고 AI 조종사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 합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KAI는 미국의 쉴드 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하이브마인드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해 AI 파일럿의 자율비행 기술을 검증하는 중이다. ‘하이브마인드 엔터프라이즈’는 다양한 항공기에서 AI 자율비행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KAI는 이를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기술 신뢰성을 높일 계획이다.
KAI가 AI 파일럿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AI 무인 전투체계가 차세대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이 주관한 ‘알파 도그파이트’ 대회에서 펼쳐진 AI 파일럿과 F-16 인간 파일럿의 가상 도그파이트(공중전)에서 AI 파일럿이 5전 전승을 거뒀다. 이에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항공 선진국들은 AI 파일럿 개발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다.
KAI 관계자는 “AI 파일럿은 단순 보조 시스템이 아닌 전장 전반을 재편할 새로운 전력 체계의 중심” 이라며 “KAI는 앞으로도 다양한 AI기업들과 협력하며 미래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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