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모든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컬러강판·열연강판 등 범용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대만·베트남 등 경쟁국보다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과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철강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미국의 보편관세 공표 후 철강 수출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직전인 3월 기준 미국의 한국산 컬러강판 수입 단가는 1톤 당 평균 1156달러로 집계됐다.
냉연·컬러강판 경쟁력이 한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대만(1359달러)보다 17.6%(203달러) 낮은 수준이다. 대만의 경우 수입 단가는 1087달러지만 미국이 2018년부터 한국·브라질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수입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한국보다 최종 가격이 높은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이 이 같은 조치를 철폐하고 한국 제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대만과의 가격 차가 역전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5% 관세 적용 시 이미 관세 적용을 받고 있던 대만의 컬러강판 가격은 달라지지 않는 반면 한국산 가격은 1156달러에서 1446달러로 상승하게 된다”며 “관세 적용 후 미국 수입사의 수입 대상 변경 유인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1~4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10.2% 급감한 것은 지난해 대미 수출 실적이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주 원인”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관, 표면처리강판, 석도강판 등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나 고부가(특수가) 제품군 수출은 양호한 실적을 보이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향후 트럼프 2기 철강 관세는 품목별로 그 영향이 상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 위주의 수출로 대응하고 제품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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