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에 바늘을 찔러 골수 조직을 채취하는 골수천자 등 기존에는 의사만 할 수 있었던 45개 의료 행위를 진료지원(PA) 간호사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은 기존에 주로 전공의가 하던 의료행위들이어서 의정갈등 이후 생긴 의료현장의 인력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사단체들은 이 제도에 대해 “의료인 면허체계 근간을 흔든다”며 반대하고 있고, 당사자인 간호사단체는 간호사가 교육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컨벤션에서 ‘간호법 제정에 따른 진료지원 업무 제도화 방안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초안을 공개했다.
PA 간호사는 간호법에 따른 자격을 보유한 ‘전문 간호사’와 3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보유하고 교육 이수 요건을 충족한 ‘전담 간호사’를 말한다. 다만 전담 간호사의 경우 이미 PA 업무를 1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을 경우 임상 경력 3년 미만이라도 교육을 거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PA 간호사는 의사가 부족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대체 인력으로 활용돼오다 의정 갈등 이후 시범사업으로 공식화됐으며 다음 달 21일 간호법 시행으로 합법화된다.
정부안에 따르면 PA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는 비위관·배액관 삽입·교체·제거, 피부 봉합, 분만 과정 중 내진 등이다. 체외순환사와 업무 범위 중복 논란을 빚고 있는 체외순환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전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진료지원 인력이 1만 7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PA 업무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시범사업에서는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한정한 것을 3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했다. PA 간호사를 교육할 수 있는 기관은 대한간호협회·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유관 협회 및 그 지부·분회,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공공보건의료 지원센터, 그 외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또는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기관 및 단체로 한정했다. 박혜린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진료지원 업무 제도화는 그간 업무를 수행한 인력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업무범위 분류 등은 추가 의견 수렴을 통해 조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전공의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청회 패널로 참석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면허체계의 틀을 허무는 일”이라며 “일부 교수의 편의와 병원장의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구조적 약자인 젊은 간호사에게 업무를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도 “PA 간호사가 수행 가능한 행위들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해 의료현장에서 자의적 해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 역시 PA 업무 교육 및 자격 부여의 주체가 간협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인정간호사 제도'를 시행 중인 일본 사례를 본따 간호사단체가 교육기관 지정·평가·운영을 총괄할 수 있도록 일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쳐 진료지원 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을 확정·공포할 계획이다. 규칙 시행일 전까지는 기존의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을 지속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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