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물살을 타고 존재감을 높이는 미국의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이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전략 제품을 선보였다. HBM을 이을 새 시장으로 평가 받는 소캠(SOCAMM)에 대해서도 자사의 경쟁력이 한국 기업들보다 우위에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1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이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가 열리는 대만 타이페이 난강전시관 인근에서 운영 중인 프라이빗 부스에는 회사가 자랑하는 첨단 메모리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10나노미터 6세대(1γ) D램, G9 낸드, 소비자용 하드디스크 솔루션 등이 전시돼 있었지만 참관객들의 관심은 마이크론이 나란히 전시된 HBM4(6세대)와 HBM3E(5세대)에 쏠렸다.
만년 3등 메모리 기업이었던 마이크론은 AI 반도체가 촉발한 기회 속에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회사다. 특히 데이터가 이동하는 대역폭을 높여 ‘AI 메모리’로 불리는 HBM 기술 면에서 SK하이닉스와 함께 톱2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양산 중인 제품 중 최선단인 HBM3E에서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앞서 양산에 성공하며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 역시 내년 초 양산을 목표로 개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이 행사에서 올해 안에 많게는 2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목표 역시 잘 진척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마이크론 관계자는 “20%에 근접한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마이크론의 HBM 점유율이 고작 5%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뉴욕 등에서 생산 시설을 확대하는 등 약점으로 꼽혔던 생산 능력을 확충하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켠에는 마이크론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차세대 D램인 10나노미터 6세대 D램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이크론은 올해 2월 1γ 공정에 기반한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샘플을 인텔 등 고객사에게 공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샘플 출하 기준으로 업계 최초라고 자신했다. 회사에 따르면 1γ D램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9200메가트랜스퍼(MT/s)로, 이전 세대 대비 속도는 15% 빠르고 전력 소모량은 20% 적다
HBM을 이을 차세대 AI 메모리인 SOCAMM 분야에서도 경쟁 우위를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SOCAMM에서는 엔비디아와 가장 먼저 협력을 이어 왔다”며 “이 분야에서는 경쟁사들을 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대중에 선보인 DGX 스파크에도 이 제품이 탑재되는 등 본격적으로 용처를 넓혀가는 중이다. SOCAMM은 엔비디아의 최선단 GPU 플랫폼인 블랙웰의 다음 세대 루빈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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