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 오름폭이 매월 확대되고 있지만 음식점 술값은 역주행 중이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주류 소비량이 줄자 음식점주들이 술값을 내리며 ‘불황형 박리다매’에 나선 탓이다.
22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주(외식) 가격은 1년 전보다 1% 내렸다. 음식점 소주값이 내린 건 지난해 9월부터 8개월째다. 편의점에서 파는 소주값 인하율(0.3%)보다 하락폭이 3배 이상 컸다. 음식점 맥주값도 지난달 0.3% 내렸다.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마이너스 흐름이다. 소주와 맥주값이 동시에 내리는 현상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음식점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불황형 할인에 나섰기 때문이다. 고물가로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자 이윤을 일부 포기하며 ‘소주 2000원’, ‘맥주 반값’ 등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맥주 한 잔에 1900원, 닭 날개 한 조각에 900원 등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인기를 끈 한 포차형 술집은 2023년 말 영업을 시작해 최근 180곳 넘게 지점이 생겼다. 소주·맥주 2000원을 내세운 한 고깃집 프랜차이즈도 최근 220곳 넘게 문을 열며 1년여 만에 지점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저가형 술집이 늘어나면서 주변 식당들이 함께 술값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또 고물가 시대를 맞이해 현명한 소비를 위한 술집 찾기 어플도 생겼다. 해당 어플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술집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어플 관계자는 “어플 출시 한 달 만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MZ 소비자를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카카오톡 친구 급상승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해 기쁘다”며 “편리한 사용성과 정보 비교를 통해 각 술집의 주류 값과 메뉴까지 파악할 수 있어, 가게 선택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소주도 어플은 고물가 시대에 필수적인 도구로 조금씩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 외식업의 고육지책은 3년째 이어지는 불황 탓이 크다. 음식점업 생산지수와 음식료품 소매판매지수는 2023년부터 동시에 내리막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음식점도, 마트도 잘 가지 않는 건 2006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코로나19 확산기 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음식점 생산지수가 16.0% 내려앉은 것과 달리 음식료품 소비는 13년 만에 최대폭으로 뛰며 엇갈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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