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한 서민들 500여명에게 접근해 연 3000%가 넘는 고리대출을 내준 뒤 5억 4000만 원 상당의 불법 이자를 뜯어낸 사채업자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성준규 판사는 이달 15일 대부업법 및 채권추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사채업자 박 모(37) 씨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2억 원, 직원 이 모(30)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포통장을 빌려준 혐의(대부업법 위반 방조)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모(59) 씨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박 씨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성동구에서 ‘만실장’이라는 가명으로 미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2208회에 걸쳐 총 6억 2720만 원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를 받는다. ‘만팀장’ 이 씨가 빌려준 3억 9191만 원까지 합하면 이들이 대출해 준 금액은 총 10억 원이 넘는다.
일당은 30만 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후에 50만 원을 돌려받는 등 연 30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율을 적용했다. 상환이 늦어질 경우에는 채무자 본인은 물론 채무자 지인들에 대한 허위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하는 등 불법 추심을 동원해 연체료까지 추가로 요구했다. 채무자 지인들의 사진을 ‘성매매 종사자’ ‘사기꾼’ 등 문구와 악의적으로 합성한 뒤 전단지 형태로 만들어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올리는 식이다. 이같은 방법으로 이들이 법정 한도인 20%를 초과해 뜯어낸 불법 이자만 5억 4311만 원에 달한다.
일당은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모든 대출 과정을 철저히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인스타그램 타깃 광고를 동원해 전국에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한 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대출 상담을 했고 추심 역시 문자와 SNS 등 비대면 채널만을 활용했다. 텔레그램 프로필에는 주소를 베트남 푸꾸옥으로 기재해놓고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법원은 “채무자들은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매우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들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박 씨는 절반 가량의 채무자들(250여 명)과 합의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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