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스스로 단계적 사고를 통해 고난이도의 작업도 수행할 수 있는 추론형 인공지능(AI)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와 구글 등 미국 기업을 비롯해 딥시크,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은 추론형 AI을 출시하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SK텔레콤(017670), LG(003550) AI연구원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추격에 힘을 쏟고 있다. 추론형 AI가 인간에 버금가는 지적 능력을 갖춘 범용인공지능(AGI)에 도달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히는 만큼 AI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추론 특화 AI 모델을 올해 상반기 내 출시한다. 늦어도 다음 달 중에는 선보이는 것이다. 이 모델은 벤치마크 ‘심플QA’에서 90.1점을 기록해 오픈AI의 4o(90점)급 성능을 보여줬다.
SK텔레콤은 중국 딥시크에 맞먹는 성능의 추론형 인공지능(AI) 모델의 시연(프리뷰)판 '에이닷엑스(A.X) 4.1’을 이달 출시한다. 에이닷엑스 4.1은 중국 딥시크의 추론형 AI 모델 R1 성능에 버금간다. 대표적 벤치마크(성능지표)인 ‘대규모 다중작업 언어이해’(MMLU) 점수에서 87.3점을 받았다. 딥시크 R1(90.8점)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파라미터(매개변수)는 약 720억 개로 딥시크 R1(6710억 개)의 약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유사한 성능을 달성해 ‘고효율 모델’로 평가된다.
네이버와 SK텔레콤뿐만 아니라 국내 테크 기업들도 줄줄이 추론형 AI 개발에 뛰어들었다. 카카오도 빠르면 상반기 중 추론 모델의 성능을 공개할 예정이다. LG AI연구원은 올해 3월 엑사원 딥을 출시한 바 있다. 라이너·업스테이지 등 국내 AI 스타트업들도 자체 추론 모델을 내놨거나 출시 예정이다.
해외 기업들도 이미 추론형 AI 모델 패권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o3, o4미니 등 o시리즈를 비롯해 구글의 제미나이2.5프로,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푸스4 등 주요 추론형 AI 모델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딥시크와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 기업도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추론형 AI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이 AI가 향후 미래 산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도화된 추론 능력으로 법률·금융·제조·헬스케어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추론형 AI는 다양한 지적 과제를 인간처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AGI의 필수 역량으로 꼽힌다. 오픈AI는 AGI로 가기 위한 5단계 로드맵에서 두 번째 단계를 ‘추론 AI’라고 밝힌 바 있다. 김영무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은 “추론형 AI 모델은 스스로 복잡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쪼개서 고민해 문제를 푼다”며 “AGI로 가는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추론형 AI 모델이 고도화되며 AGI 개발 전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분석된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는 최근 구글의 연례 개발자 행사 ‘I/O 2025’에서 “제미나이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AGI에 도달할 것이라 믿는다”며 “하지만 AGI 수준에 도달하는 기업이 단 한 개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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