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장기 국채에 대한 시장 수요가 10개월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국가 부채 증가로 미국 등 주요국 국채 시장의 불안함이 확산한 가운데 일본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2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이 이날 시행한 5000억 엔(약 4조 7000억 원) 규모 40년물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이 2.21을 기록해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직전인 3월 응찰률은 2.92였고 역사적 평균은 3인 만큼 수요 부진이 두드러졌다.
유통물 금리도 크게 올랐다. 이날 한때 일본 국채 시장에서는 30년물 국채 금리가 전장 대비 4.4bp(1bp=0.01%포인트) 오른 2.936%, 40년물은 3.8bp 상승한 3.395%에 거래됐다. SMBC니코증권의 오쿠무라 아타루 선임 전략가는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음 달에도 실질적인 국채 발행 규모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위험을 꺼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일본 국채의 최대 투자자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었다. BOJ는 1990년대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를 대량 매입해왔지만 지난해 이후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면서 채권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전통적 기관 투자자인 일본의 생명보험사와 연기금 등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발표된 이후 시장 관망세로 돌아섰다.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권의 평가손실 부담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일본 4대 생명보험사는 최근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약 4배 불어난 약 600억 달러 규모 국내 채권 평가손실을 보고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장기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중단기 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단기금리는 기업 투자나 소비 등 경제활동에 빠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BOJ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초장기채 금리가 크게 출렁일 경우 이에 따른 장기 혹은 중단기 금리 영향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것"이라며 "경제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단기 금리를 우선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일본 국채의 수요 부진에 대해 "미국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과 정부 지출 증가 가능성, 경제 영향 등이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며 "일본은 이미 막대한 부채 부담에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저금리 유지와 인플레이션 통제라는 어려운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최근 일본의 재정 상황에 대해 "매우 좋지 않다"며 "그리스보다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202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50%로 그리스가 재정 위기에 직면했던 2009년의 127%보다 훨씬 높은 상태다.
BOJ는 다음달 금융정책회의에서 채권 매입 계획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시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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