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 공약집을 통해 쌀 의무수입물량(TRQ) 감축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는 국가 간 다자 협상이 필요한 내용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28일 공개한 공약집에서 쌀값 정상화를 약속하면서 “쌀수급 안정을 위해 쌀 TRQ 감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쌀 TRQ 물량은 한국이 주요 5대 쌀 수출국에 할당해놓은 국가별 수입 쿼터다.
한국은 수입산 쌀 의무 수입 물량인 40만 8700톤을 주요 국가에 할당해놓았다. 이 중 미국과 중국 등 주요 5대 쌀 수출국에 배분된 물량이 38만 8700톤이다. 국가별 쿼터는 △중국 15만 7195톤 △미국 13만 2304톤 △베트남 5만 5112톤 △태국 2만 8494톤 △호주 1만 5595톤 등이다. 한국은 국가별로 할당된 수입 물량에 대해서는 5%의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 물량을 초과하는 수입량에 대해서는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물량을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약이 현실화 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 수입 할당량과 관세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협상에 참여한 국가들이 다자 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수입 농산물에 관세를 매기며 시장을 개방했다. 그러나 쌀에 대해서는 두 차례(1995~2004년, 2005~2014년) 관세화를 미뤄왔다. 이후 2014년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쌀도 관세화를 하기로 결정한 대신 국내외 가격 차이를 고려해 513%의 관세율을 정했다. 이후 5개국과 협상을 통해 국가별 물량이 정해졌다.
한국이 쌀 TRQ 물량 조정을 추진한다면 5개국이 모두 협상에 나서야 한다. 협상에 소요되는 기간을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TRQ 물량을 줄이는 대신 상대국이 원하는 조건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TRQ 물량 감축은 농민들의 요구사항이지만 현실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한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밖에 쌀값 정상화 대책의 하나로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논 타작물 재배를 확대하고 쌀과 식량작물의 적정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양곡법을 개정해 쌀값이 급락할 때 정부가 쌀을 사들여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양곡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은 주요 농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 '가격안정제'도 도입해 수입안정보험과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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