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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정부' 재정 공약 보니…재정건전성 경고등[Pick코노미]

■이재명 재정공약 살펴보니

장기론 재정안정성 피력했지만

"예산증가율에 잠재성장률 반영"

단기적으론 확장재정 치중할듯

세수확대·지출 구조조정은 없어

나랏빚 더 늘어 '부실재정'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성동구·동대문구 집중 유세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예산 편성 때 1%대 이하로 낮아진 잠재 경제성장률을 의무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확장 재정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승인하는 5년 단위 정부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대해서도 국회의 심의를 강화하고 지방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도 지금보다 더 늘려 잡기로 했다.

민주당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책 공약집을 공개했다. 이번 공약집에는 ‘회복’ ‘성장’ ‘행복’이라는 3대 비전 아래 247개의 세부 공약이 담겼다. 민주당은 우선 매년 잠재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예산 증가율을 산정하기로 했다. 앞으로 재정을 더 풀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구조로 재정 정책의 기본 원칙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정부의 5년 단위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대한 국회 심의도 강화한다. 정부 재정 운용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현재 내국세 기준 19.24%인 지방교부세 교부 비율도 높이기로 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비중을 최대 30%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또 지역화폐의 국고 지원을 의무화하고 코로나19 당시 자영업자들에게 나간 각종 대출을 탕감하는 종합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약집을 재정 측면에서 요약하면 ‘확장재정’과 ‘의회 권한 확대’로 압축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재정 안정성을 도모하겠다는 선언적인 약속도 담겼지만 세수 확대 방안이나 지출 구조조정 내용은 거의 들어 있지 않아 국가부채가 급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정부 내부에서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정부의 5년 단위 재정 운용 전략을 담는 장기 계획으로, 대통령이 매년 직접 회의를 주재해 승인할 정도로 중요 안건으로 분류된다. 지금도 정부 제출 이전에 국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보고의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기본은 민주당이 보고를 받아주지 않아 9개월 넘게 지연됐고 원전 건설 계획도 축소시켰다”며 “국가재정전략도 이런 방식으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본예산 편성 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겠다고 공약에 명시한 것도 사실상 확장재정으로 가는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대에 그칠 정도로 이미 상당 수준 내려간 상태에서 성장률을 예산 편성에 반영하면 재정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충격과 구조적인 내수 침체,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며 경기가 쉽사리 회복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연간 0.8%로 전망했고 한국은행도 29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0%대로 내릴 것이 유력하다.



물론 성장률이 낮을 때는 재정을 풀어 경제 전반에 자극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지출 확대 전략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성장률 제고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지출을 늘리려고 하는 지방교부금이나 복지 지출은 승수효과가 1에도 미치지 못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약집에 명시된 재정지출 확대 공약은 대부분 복지 지출에 집중돼 있다.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 발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 발행을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못 박았다. 현행 19.24%인 지방교부세 비율(내국세 기준)도 확대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국가부채 확대와 부실 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4년을 기준으로 367조 3000억 원의 국세가 걷혔지만 이 가운데 230조 6000억 원이 지방이전 재원으로 활용됐다. 결국 중앙정부의 가용 재원은 136조 7000억 원에 불과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77대23이었으나 지방교부세가 배부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가용 재원 비율은 29대71로 역전됐다.

게다가 재정 사업을 확대하면 국가부채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재부는 올해 본예산을 기준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8.1%로,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하면 48.4%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월 내놓은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매년 상승해 2030년 55.3%, 2040년 80.3%, 2050년 107.7% 등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의 재정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할 경우 국가신용등급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이 자칫 이재명 정부 임기에 ‘데드라인’ 60%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고령화와 복지 수요 증가라는 구조적 지출 증가 압력을 안고 있어 추가적인 재정 확대는 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외국인투자가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출 구조조정, 세수 기반 확충 등을 통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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