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다시 불거지면서 뉴욕 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관세 정책에 대한 법원의 제동과 항소 법원의 허용 등 법원 발(發) 반전드라마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비판글로 시장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측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어겼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이후 다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증시는 다시 미중 협의 진행 상황에 주목하게 될 전망이다.
30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54.34포인트(+0.13%) 상승한 4만2270.0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0.48포인트(-0.01%) 내린 5911.6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62.11포인트(-0.32%) 하락한 1만9113.27에 장을 마감했다.
美 기술수출 제한에 中 희토류 통제로 맞서…“중국이 무역 합의 위반” vs “합의 같이 지켜야”
이날 증시는 하락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이 열리기 전 트루스소셜에 “누군가에게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중국은 우리와의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를 돕기 위해 고율 관세를 낮췄던 자신의 선의도 쓸모가 없어졌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요 외신은 중국이 5월 12일 약속한 것과 달리 희토류 수출 재개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대표는 CNBC인터뷰에서 “일부 필수 광물의 흐름이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봤다”며 “중국은 계속해서 속도를 늦추고 필수 광물과 희토류 자석같은 것들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 분야 수출 재제를 확대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발언에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차별적 제한을 중단하고 양측은 제네바 고위급 회담에 합의된 것을 공동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다만 증시는 오후들어 하락폭을 만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은 우리가 맺은 합의의 상당 부분을 위반했다”면서도 “시진핑 주석과 이야기를 나눌 테니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발언한 영향이다.
종목별로는 임의소비재와 에너지, 기술이 하락했다. 유틸리티와 필수소비재는 1% 이상 올랐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 영향으로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가 대거 하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2.92% 내린 135.13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화를 제안하기 전 엔비디아의 주가는 5%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했다.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전날보다 2.11% 하락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 가운데에는 시가총액 1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메타 주가는 각각 0.37%와 0.45%, 0.38% 오른 반면, 아마존과 구글은 0.34%와 0.06% 내렸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는 3.34% 하락 마감했다.
관세에 널뛰는 경제지표…3.8%성장 전망도, 2.1% PCE도 안심 못한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는 대부분 개선 추세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미 상무부가 발표한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2.1% 올라 사실상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2%) 범위에 도달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 올라 전월 변동률(2.7%)과 전망치(2.6%)를 모두 하회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4월 물가 안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기업들이 기존에 쌓은 재고를 팔고 있는 만큼 4월 물가에는 관세 효과가 다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CIBC캐피털마켓의 이코노미스트인 알리 자페리는 “무역 전쟁이 없었다면 헤드라인 지수가 연준의 목표 범위에 돌아온 데 대해 시장이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물가를 제외하고 다른 경제 지표는 관세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PCE와 함께 발표된 미국 소비자 지출은 4월에 0.2% 상승해 직전월 상승률 0.7%에서 둔화됐다. 소비자들이 관세를 앞두고 3월 씀씀이를 크게 늘렸다가 이제 소비를 서두르지 않으면서다.
소비자 심리는 2주 만에 위축세가 일단 멈췄다. 미시간대는 이날 5월 소비자심리지수가 52.2(확정치)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2주 전 발표된 5월 잠정치(50.8)와 비교하면 1.4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차이는 잠정치의 경우 5월 12일 미중 합의 이전 시기에 주로 조사됐고, 확정치는 그 이후에 조사돼 긴장 완화 상태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만약 미·중 갈등이 이대로 다시 고조될 경우 앞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오르고 소비자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실제 물가지표와 임금상승률, 소비자 지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 여파로 미국 상품 수입도 4월 급감했다. 미국 상품 수입액은 2761억 달러로 3월보다 20% 급감했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한달 감소폭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JS)은 설명했다. 관세 시행전 기업들이 해외 수입을 늘린 탓이다. 반면 미국의 4월 수출은 3.4%(1885억 달러)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미국의 무역 적자는 3월 1623억 달러에서 4월 876억 달러로 급감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버 앨런은 "귀금속, 의약품, 컴퓨터 장비의수입 감소가 적자 축소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수입과 소비자 심리 등은 이날 미·중 긴장이 다시 불거지면서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GDP 전망도 불확실하다. 이에 이날 이례적으로 줄어든 적자 규모로 인해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추산하는 2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는 전날 2.2%에서 무역수지 발표 후 3.8%로 급등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가 줄면 GDP 성장률이 커진다.
다만 5월 이후 다시 적자 규모가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월 12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합의로 관세를 서로 115%포인트 씩 일시적으로 낮추면서 기업들이 다시 수입량을 늘릴 수 있어서다. 인플레이션인사이트의 창립자 오마이어 샤리프는 “미중 무역 휴전 이후 6월 수입이 급증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1분기에 축적했던 재고도 소진될 것이기 때문에 이는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페리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입장에서는 이날 지표와 함께 워싱턴 무역정책 예측불가능성으로 인해 좀 더 기다리고 지켜보려는 의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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