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온큐의 양자컴퓨터가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아이온큐가 최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와 관련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죠. KISTI는 국가 R&D를 수행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등에 슈퍼컴퓨터 같은 고성능 연산 자원을 제공하는 기관인데 앞으로 양자컴퓨터 역시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온큐는 이달 23일 “KISTI와 MOU를 체결해 한국 정부, 학계, 산업계와의 협력을 크게 확대하고 양자과학과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KISTI와는 첨단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 확대, 교육, 인재 양성, 시장 진출 등 네 가지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자사 양자컴퓨터 기술을 KISTI의 슈퍼컴퓨터와 통합한다는 구상도 내비쳤습니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디지털 정보가 중첩된 채로 계산하는 특유의 병렬 연산을 통해 특히 신소재나 신약 물질 구조를 찾는 등 수많은 경우의 수 중 최적의 선택지를 찾아내는 ‘길찾기’ 작업에 강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식 KISTI 원장도 올 초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터는 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최적의 선택지를 찾는 길 찾기 문제를 푸는 데 뛰어나다”며 “당분간 슈퍼컴퓨터와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죠.
양측의 협력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KISTI의 슈퍼컴퓨터와 아이온큐의 양자컴퓨터를 합친 하이브리드(혼합형) 인프라 형태로 실현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온큐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원장이 “국내 기업과 연구자를 위한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KISTI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산업계와 연구계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며 아이온큐와 이 여정을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KISTI는 최근 과학계의 AI 연산을 지원하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8500장 규모의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이어 양자컴퓨터 구축을 위해 관련 정부 사업 수주도 타진하는 중이죠. KISTI는 또 에뮬레이터 같은 양자컴퓨터용 소프트웨어(SW)도 자체 개발하고 있는 만큼 관련 분야에서도 아이온큐와의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에뮬레이터는 기존 컴퓨터로 가상의 양자컴퓨터를 구현해 알고리즘 같은 SW를 시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온큐 입장에서는 이번 협력이 한국 시장 진출을 가속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온큐는 SK텔레콤과 3000억 원대 지분 맞교환을 통해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이 일환으로 SK의 양자암호 계열사 아이온큐를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위성통신용 안테나 공급업체 인텔리안테크와도 MOU를 맺었죠.
지난해 말 연세대가 IBM의 양자컴퓨터를 도입한 뒤 아이온큐까지 진출 움직임을 보이며 국내 과학계의 양자컴퓨터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 간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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