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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20% 주면 사업 따내겠다” 브로커 기승[사기에 멍든 대한민국]

<3>‘눈먼 돈’ 국고보조금

영세 스타트업들에 무작위로 연락

보조금 기업이라며 "손 잡자" 유혹

심사위원 친분 앞세워 몸값 더 높여

매출 허위 작성 등 부정 수급 도와





서울에서 8년째 문화 분야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관석(가명) 씨는 최근 몇 년간 국고보조금 사업 선정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경기 악화로 재정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몰리면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진 까닭이다. 쓴맛을 삼키고 또 새로운 지원서를 쓰고 있던 김 씨는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이들은 본인들을 ‘국고보조금 전문 기업’이라고 소개하며 사업을 따낼 테니 보조금의 20%를 수수료로 달라고 제안했다. 업계별로 맞춤형 ‘합격 매뉴얼’을 갖추고 있고 심사위원과도 친분이 있다는 말에 김 씨는 순간 솔깃했지만 양심을 가책을 느껴 결국 고민 끝에 제안을 거절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 지원서를 대신 작성해주거나 허위로 꾸며 국고보조금을 타내는 ‘브로커’들이 판치고 있다. 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브로커 업체들은 업계별로 전담팀을 꾸려 지원서, 발표 자료 및 대본은 물론 시장 분석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아준다. 주관처와 심사위원이 선호하는 형태에 맞춰 자료를 준비하기 때문에 이들의 손을 거치면 선정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전언이다.



심사위원과 친분이 있는 브로커라면 몸값은 더 높아진다. 김 씨는 “심사위원을 직접 아는 브로커들은 보통 시세보다 1.5배 정도 비싼 수수료를 요구한다”며 “돈도 현금으로만 받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스타트업은 돈 한 푼 한 푼이 아쉽기 때문에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브로커들은 아예 지원 자격을 허위로 꾸며내 눈 먼 돈을 타내기도 한다. 부산지법은 이달 22일 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고보조금 브로커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부산 지역 업체들을 상대로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가짜 근로계약서·유급휴직신청서 등을 쓰고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매출 실적을 만들어주겠다’ 등의 제안을 해 총 3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받도록 도왔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국고보조금 신청 관련 업무를 하려면 노무사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고등학교 동창들이 운영하는 노무법인의 명의를 빌려 영업한 혐의(공인노무사법 위반)도 받는다.

기술보증기금의 허점을 노려 수십억 원 규모의 대출 사기를 친 브로커 B(37) 씨도 최근 수원지법으로부터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B 씨는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을 접촉, 이들 명의로 유령 법인을 설립한 뒤 허위 사업계획서를 기술보증기금에 제출해 보증 금액 1억 원 상당의 기술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이후 이 보증서를 은행에 제출해 저신용자 명의로 대출을 받게 해줬고,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 이 같은 수법으로 편취한 대출금은 총 25억 원, 편취한 수수료는 약 6억 원에 달한다. 법원은 “기술보증보금의 공적 자금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모인 것과 같으므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전체에 미친다”며 “피해 규모가 매우 크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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