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우리 경제가 뒷걸음질할 가능성을 의미하는 ‘역성장 확률’을 사상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한다. 역성장 확률은 그동안 한은 내부 참고 자료로만 활용됐으나 앞으로는 외부에 공표해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1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5년간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역성장 확률을 산출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이 지표는 특정 분기의 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을 수치화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장단기 금리 차 등을 통해 추정하는 경기 침체(두 분기 연속 역성장) 확률과는 산출 방식이 다르지만 경기 상·하방 위험을 진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역성장 확률이 5%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14%에 이른다”고 관련 수치를 인용한 바 있다.
다만 역성장 확률이 높은 수치로 제시될 경우 한은이 저성장을 용인하는 정책 기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 심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시도”라면서도 “한은의 성장률 전망 오차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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