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가 미국 관세발 인플레이션 영향을 일시적일 것으로 진단하며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여건이 충분히 조성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던 연준의 오판 이후 물가 경로에 대한 확신을 내비친 셈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2일 한국은행이 주최한 ‘2025 BOK 국제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미국발 관세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단기적이며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관세가 10% 인상되더라도 그 비용이 수입업자·수출업자·소비자 간에 분담될 가능성이 높아 물가 기여도는 0.3%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회주의적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그는 “일부 기업들이 관세 인상을 명분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지만 경쟁 심화와 소비자 신뢰 이탈을 감안할 때 자주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임금 주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월러 이사는 “몇 년간 급격한 임금 인상이 있었고 현재 노동시장은 1~2년 전보다 훨씬 완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더 이상 임금 인상을 요구할 만큼 협상력이 크지 않으며 오히려 현재는 일자리를 지키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 근로자들의 행동은 제한적이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팬데믹 시기와 현재의 경제 상황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는 “팬데믹 초기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 중인 경제에 있어서 대규모이자 지속적인 재정 대응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결합하여 총수요를 과도하게 자극할 것이라는 점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효과를 강화할 요인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진 이창용 한은 총재와의 정책 대담에서 이 총재가 "물가에 대해선 다른 연준 이사들에겐 이견도 있다. 어떻게 봐야 하냐"고 질문하자 "물론 각각의 견해가 다르나 전반적으로 합의되는 내용은 관세는 유가나 다른 쇼크처럼 지속성을 가지진 않는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월러 이사는 "2021년 인플레이션 급등 영향이 예상과 다르게 장기적이었단 점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은) 오히려 불안해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당시엔 예상보다 더 지속적인 노동 공급의 부정적 충격, 공급망 차질, 경기 부양적인 재정 정책 대응 등이 겹쳤고, 현재는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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