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가상자산업 진출 허용과 투자일임업·신탁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는 지난달 말 각 은행 전략 담당 부행장급 오찬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은행권 주요 건의 사항’ 초안을 마련했다.
은행들은 현재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해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금융업법상 은행 업무 범위에 가상자산업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커스터디(디지털자산 관리·보관)와 같은 수탁업을 중심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로 진출하기를 원하지만 현행법상 은행이 가상자산업을 직접 영위할 수가 없다”며 “거래소 매매 중심의 가상자산 생태계가 수탁이나 지갑 형태의 생태계로 확장하기 위해서도 은행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숙원인 비금융업 전면 허용도 주요 건의 사항에 포함됐다. 은행들은 보고서에서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유통·운수·여행·정보통신기술(ICT) 등 비금융 사업을 은행 부수 업무로 폭넓게 허용하고 산업 융복합 흐름에 맞게 부수 업무, 자회사 소유 규제 방식을 원칙 중심 규제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업권과의 차별이나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달라는 주장도 포함됐다. 은행권은 “질 높은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위해 미국·캐나다처럼 은행 투자일임업을 허용해주거나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공모펀드만이라도 은행 투자일임업 대상으로 정해달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 제재 시 사유와 시효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달라고도 했다. 은행권은 “자본시장법 등 대부분의 금융업법에서 제재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나 은행법의 경우 금융회사(임직원) 제재 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정해 어떤 행위가 제재 대상인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제재 사유를 법령상 의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열거해달라”고 요구했다.
은행들은 또 “은행법 등 금융업법에 제재에 대한 시효 제도가 없어 자료·증거 등이 소실될 경우 검사·제재의 객관성이 담보되기 어렵고 당국이 오래전 위반행위의 위법·부당성 입증에 역량을 쏟는 비효율도 발생한다”며 “행정 기본법과 같이 법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기산하는 제척기간을 금융업법에 신설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드 업계도 새 정부를 상대로 지급결제 전용 계좌 개설을 허용해달라는 제도 개선을 요청할 방침이다. 지급결제 전용 계좌는 카드사가 직접 발행하는 계좌로 은행을 경유하지 않고 결제 대금을 정산할 수 있는 수단이다. 카드사는 중개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결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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