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여부를 놓고 첫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달 말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150원 인상되고 전기·가스·열요금 등에 대한 정기 조정 논의도 곧바로 시작된다. 가스·열요금의 경우 난방 수요가 적은 7~8월 여름철 인상 시 반발이 덜한 편이지만 역대 정부에서는 대체로 임기 초반에 공공요금을 묶어두려는 경향이 강해 자칫 공기업들의 부채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달러당 1400원 대를 웃돌았던 원·달러 환율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동결 지시가 내려졌던 공공요금 등에 대한 새로운 정부의 물가 기조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유세 기간 “(전기요금이) 지금도 비싸다고 느끼겠지만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올려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국내 경제 상황이 너무 나쁘고 민생이 어려워 당장 전기요금에 손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냉방을 위한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은 것은 오랜 불문율이다.
그보다는 난방 비수기 가스요금을 올려 한국가스공사에 쌓여 있는 14조 원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을 털어낼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는 평가다. 가스공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여를 요청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등에 동원될 가능성이 커 사실상 적자인 미수금을 줄이는 등 재무 구조 개선을 선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7월 이후에는 윤석열 정부가 3년 만에 조기 종료되면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한 고속철도(KTX) 운임과 고속도로 통행료, 광역 상수도 요금에 대한 인상 요구도 줄줄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KTX 운임은 14년째, 고속도로 통행료는 10년째, 광역 상수도 요금은 9년째 동결돼 있다.
원가 이하에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공기업의 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부채는 2020년 31조 1658억 원에서 2024년 41조 5024억 원으로 불어났다. 9년째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코레일은 약 5조 원 규모의 노후 차량 교체 비용 등을 감당하기 위한 운임 정상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례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요구가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6월 열린 첫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공공 부문의 물가 인상 요인 흡수를 골자로 한 민생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중 하나로 가스요금 인하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신임 대통령 역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비용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누차 밝힌 만큼 한동안 동결 기조가 이어질 듯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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