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의 지속적인 밸류업과 비은행 강화 노력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에서 은행권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되겠지만 적정 수준에서 관리된다면 금융지주를 바라보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눈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316140) 주가는 6~7%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KB와 하나는 역대 최고치, 우리는 2019년 지주 재출범 이후 최고가다.
시장에서는 주요 금융지주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주주 환원 정책을 펴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들이 직접 기업설명회(IR)와 주주총회 등의 자리에서 밸류업 의지를 드러낸 것이 주효했다는 해석이 많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주는 미흡한 주주 환원과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 수준을 기록하며 저평가받아왔다”며 “지난해부터 주주 환원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가 커지고 최고경영자(CEO)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KB금융(105560)의 경우 취임 3년 차를 맞은 양종희 회장이 밸류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가 시행한 밸류업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경제부총리상을 수상했다. KB금융은 올 1분기 1조 697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됐다”며 “몇 달 새 원·달러 환율이 100원 가까이 내려갔는데 외국인투자가 입장에서는 이것만 해도 한국 금융지주는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밸류업과 함께 성공적인 비은행 강화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조건부 인수 승인을 받았다. 보험사 인수로 우리금융은 순이익이 10% 증가하고 방카슈랑스와 자산운용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27일 홍콩에서 취임 후 첫 단독 IR을 열고 보험사 인수로 인한 효과와 이에 따른 기대효과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주주가치 환원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폴란드 바르샤바 등 유럽 주요 거점을 찾아 현지 기관투자가들에게 신한금융의 경영방향과 밸류업 계획을 전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자산관리(WM) 및 IB 부문에서 협업하기로 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 2월 하나금융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내 인터뷰 영상을 통해 밸류업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 금융지주 주가는 PBR 1배 미만에서 거래되는 등 글로벌 은행주 대비 저평가된 상황”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7년까지 총 주주 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본시장 구조 개혁에 대한 논의가 확산하면서 금융업에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며 “주식 투자자 인구가 1400만 명에 이르면서 자본시장 관련 정책이 행정부 주요 정책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의 상생 금융 요구가 향후 금융권 실적과 주가의 변수라고 보고 있다. 금융계의 고위 관계자는 “은행과 카드 등 주요 금융사들은 서민 지원을 위한 기금 출연과 대출 탕감, 금리 인하 등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며 “금융지주들도 예상은 하고 있지만 정도와 폭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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