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급격한 출산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37년간 유지해온 ‘두 자녀 정책’을 전면 폐지했다.
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의회는 부부가 자녀 수와 출생 간격 결정권을 보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988년 제정된 기존법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족당 1-2명의 자녀만 허용했다.
공산당 당원이 법을 위반할 경우 경고나 보너스 감경, 직위 해임 등 처벌을 받았으나 일반인에게는 처벌이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
정책 도입 당시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은 4명을 넘었지만 지난해 12월 1.91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대체출산율(2.1명)을 3년 연속 밑돌았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베트남의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이 20년 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의 출산율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베트남은 이르면 2039년에 ‘인구 황금기’를 마감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자 베트남 보건부는 지난해 부부가 자녀 수와 출생 간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제안했다.
해당 법은 부부에게 자녀 수와 출산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법적 권한을 처음으로 부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도시 지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자녀를 가진 여성에게 사회주택 우선 입주권을 줄 계획이다. 또 광범위한 임신부·신생아 검진, 선천적 유전 질환·기형 예방 노력, 아동 발달 지원 등을 통해 출생 시점부터 인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고령층에 국가 지원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등 고령 인구에 대한 사회보장·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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