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이 사상 첫 200조 원을 돌파했다. 삼성자산우용이 2002년 10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지수형 ETF 4종을 출시한 지 23년 만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201조 2845억 원이다. 2023년 6월 100조 원을 넘어선 뒤 불과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5년 전인 2020년 5월 말 61조 9520억 원에 비해서는 3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상장 종목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이날 기준 국내 ETF 상장 종목 수는 989개로 1000개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빠르게 불어나는 투자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월 배당 ETF를 포함해 파생금융기법(콜옵션)을 활용한 커버드콜, 버퍼형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전 세계 증시 전체에 투자하는 ETF를 내놓으며 주목을 받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ETF 시장의 성장 배경으로 거래 편의성과 투명성, 공모펀드 대비 낮은 운용 보수 등을 꼽았다. 아울러 ETF가 통상 개별 종목 주가가 아닌 주가 지수를 따르는 ‘패시브’ 성격이 강해 안정성 면에서 주식보다 월등하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지난해와 달리 올 들어서는 국내 주식형 ETF가 강세를 보였다. 방산, 조선 등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우려 속 국내 정책 수혜 테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영향이다. 실제 올 1~5월 ETF 수익률 상위 5종목은 모두 국내 기업을 담은 테마형 ETF였다. △PLUS K방산(116%) △TIGER K방산&우주(106%) △PLUS 한화그룹주(99%) △SOL K방산(86%) △PLUS 글로벌방산(62%) 등 모두 우수한 수익률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자사주 소각, 상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가 커지며 국내 증시에 더욱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내 ETF 순자산은 전날 하루 동안에만 2조 1314억 원 증가했다.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만큼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운용사들이 단기 성과에만 급급하다보니 유사 상품을 과잉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 받고 있다.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운용사들이 상품들을 쏟아 내며 소외당하는 ‘좀비 ETF’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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