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로 작동해온 달러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과 함께 대안으로 비트코인(BTC)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앙의 개입 없이 작동하는 통화 구조만이 지속 가능한 화폐 질서라는 주장이다.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6일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5’ 행사는 프레스턴 피시 에고데스캐피털 파트너의 기조연설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왜 비트코인인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금본위제 붕괴 이후 지속돼온 달러 중심의 금융 질서가 구조적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그가 지적한 핵심 문제는 통화 발행의 특권이다. 피시 파트너는 “가장 먼저 돈을 받는 사람은 가장 희소하고 수익성 있는 자산을 먼저 살 수 있다”며 “줄 끝에 선 사람은 이미 다 사라진 뒤의 선택지만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명목화폐 시스템의 가장 큰 인센티브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도 이 구조에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 기구는 특정 국가에 돈을 빌려준 뒤 단일 작물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요하고, 가격을 낮춘 채 선진국에 수출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더 많은 금액을 더 낮은 이자로 다시 빌려주는 방식으로 빚의 사슬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돈이 끊임없이 인위적으로 찍히고, 이 구조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만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경제 에너지를 부동산이나 주식, 예술품 같은 자산에 저장하려 한다”면서 “자산 가격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은 시스템 자체가 망가졌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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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 파트너는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비트코인(BTC)을 제시했다. BTC는 2100만 개로 발행량이 고정돼 있고, 누구나 전체 거래를 검증할 수 다. 시스템을 통제하는 중앙이 없는 구조다. 피시 파트너는 “BTC는 암호화된 에너지로 작동하는 구조이고, 이것이 진짜 신뢰 없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가상자산과 BTC의 차별점도 언급했다. “BTC는 누구나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반면, 지분증명(PoS) 방식의 가상자산은 많은 토큰을 가진 자가 네트워크를 통제한다”며 “이는 결국 기존 달러 시스템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피시 파트너는 한국 사회의 문화와 BTC의 철학이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작업증명(proof of work)’ 정신이 내재된 나라”라며 “절약하고 생산하는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 속에서 BTC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화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순생산자(net producer)에게 BTC는 자신의 경제 에너지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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