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여전히 ‘빅딜’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일라이릴리가 스웨덴 바이오텍 카무루스와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 개발 계약을 맺으면서 지난해 기술성 평가 계약을 맺은 펩트론(087010)의 주가는 급락했다. 반면 미국 비만 치료제 개발사 멧세라에 비만 치료제를 기술이전한 디앤디파마텍(347850)에 대한 기대감은 올라가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펩트론의 5일 주가는 전일 대비 2.30% 하락한 15만 7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펩트론은 지난해 일라이릴리와 장기지속형 약물 플랫폼인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활용해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술 평가 계약을 맺으면서 코스닥 상위권 종목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일라이릴리가 카무루스와 장기지속형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최대 8억 70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하면서 펩트론과의 협력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일라이릴리는 카무루스의 ‘플루이드크리스탈(FluidCrystal)’ 기술을 도입해 최대 4종의 인크레틴 기반 신약 파이프라인에 적용하기로 했다.
플루이드크리스탈은 약이 서서히 방출되도록 해 투여 간격을 수일에서 최대 수개월까지 늘려주는 기술이다. 약물 방출 속도를 제어해 약효 지속 기간을 늘려주는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기술과 유사하다. 다만 펩트론은 일라이릴리와 계약 당시 계약금 규모와 구체적인 개발 품목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불안감이 커지자 펩트론은 일라이릴리의 공식 입장을 받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펩트론이 5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공지에 따르면 일라이릴리 측은 “릴리와 카무루스 간 계약에 포함된 해당 약물의 범위가 광범위함에도 불구하고 릴리와 펩트론 간의 기술성 평가 중인 릴리의 약물은 카무루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선정된 릴리의 약물과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지난해 10월 릴리와 펩트론 간에 체결된 기술성 평가 진행은 기존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펩트론에 따르면 카무루스의 지질 기반 액체 제형 ‘플루이드크리스탈(FluidCrystal)’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카무루스만 사용하는 장기 지속형 기술 플랫폼이다. 펩트론 관계자는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약물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결과는 많지 않은 편”이라며 “특히 몸에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유기용매를 20% 정도 사용해야 하고 비교적 직경이 큰 주사침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보여 미립구에 비해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라이릴리와 카무루스의 계약은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디앤디파마텍이 멧세라를 통해 발표할 비만 신약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달 20일부터 열리는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 ‘MET-097o’ 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MET097o는 디앤디파마텍의 경구 펩타이드 기술 ‘오랄링크(ORALINK)’와 장기 지속형 기술 ‘헤일로(HALO)’를 동시에 접목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경쟁 제품 대비 낮은 용량으로 투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대량 공급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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