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세계 에너지 투자액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석탄·석유와 같은 전통 화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주춤했음에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과 같은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총액이 늘었다.
8일 IEA가 발간한 ‘2025년 세계 에너지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에너지 분야 투자액은 2.1% 늘어난 3조 3000억 달러(약 4500조 원)가 될 예정이다. 이는 발전소 설비와 송전망은 물론 에너지 효율화 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화에 대한 투자까지 포함된 수치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육박하는 자산이 에너지 부문에 투자된다는 의미다. 원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부문 투자가 전년 대비 2% 감소한 반면 재생에너지·원자력발전·전력망 부문을 포함한 청정에너지 투자가 6% 증가해 전체 규모가 늘었다.
에너지 투자가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IEA에 따르면 2016~2020년 사이 전 세계 에너지 투자액은 세계 GDP의 2.4%였지만 최근 5년 사이(2021~2025년)에는 3.1%로 늘었다. AI 산업의 발전에 따라 전력수요가 급증한 덕으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존 전력 인프라에 대한 재투자가 활발해진 것도 투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이 중 발전소 건설 부문은 올해 전년 대비 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의 발전소 건설 부문 투자는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5년간 연평균 약 6000억 달러였지만 2021년부터 2025년 사이에는 연평균 약 9100억 달러로 5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원전에 대한 지출은 같은 기간 413억 달러에서 680억 달러로 64.6%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 투자 증가세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파티흐 비롤 IEA 사무총장은 “2015년만 해도 중국의 에너지 부문 투자는 미국을 조금 앞서는 수준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미국과 유럽을 합한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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