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염, 뇌수막염 등을 일으키는 중추신경계 급성 염증이 발생했을 때,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그 원인을 조기 분류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8일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박유랑 연세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 김경민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최보규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강사 연구팀은 뇌척수액 내 면역세포의 3차원 구조 이미지를 활용해 중추신경계 질환이 발생한 원인과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원인에서 최대 99%, 예후에서는 최대 94%에 이르렀다.
중추신경계에 나타나는 급성 염증은 그 원인이 다양할 뿐 아니라 증상과 예후도 천차만별이다. 일단 염증이 생기면 뇌염, 뇌수막염과 같은 질환이 나타나며, 빠른 원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염증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다양한 만큼 그에 따른 확진 검사도 다르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 주 이상 걸리는 검사도 있다. 염증 원인이 세균성 혹은 결핵성일 경우 사망률이 높을뿐더러 치료 후에도 인지기능 장애, 뇌혈관 장애, 경련 발작의 반복 등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증상에 따른 경험칙에 기반을 두고 치료를 진행하며, 이 때문에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구팀은 AI 기반으로 중추신경계 감염 원인 및 예후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분석했다.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중추신경계 감염 환자 14명으로부터 뇌척수액 내 면역세포의 3D 영상 1427개 속 구조 이미지를 활용해 딥러닝 모델을 구축했다. 세포핵 주변의 구조 차이를 확인한 뒤 이를 근거로 감염 원인과 예후를 예측하는 식이었다. 세포의 질량, 부피, 단백질 밀도 등 정량적 지표도 중요한 요소로 활용했다.
이 모델을 적용해 중추신경계 감염의 원인과 예후를 예측해 본 결과 면역세포 1개를 대입했을 때는 감염 원인과 예후의 예측 정확도가 각각 89%, 79%를 보였다. 딥러닝 모델에 더 많은 세포 이미지를 대입할수록 정확도는 더 올라갔다. 면역세포 5개를 대입하자 감염 원인의 예측 정확도는 99%, 예후를 예측한 정확도는 94%에 달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딥러닝 모델이 환자 진단과 예후 예측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현대차정몽구재단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인텔리전트 시스템(Advanced Intelligent Systems)’ 6월호 커버스토리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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