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이 연성동박적층판(FCCL) 전용 공장의 본격 가동을 개시했다. 폴더블폰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힘입어 급성장한 동박적층판(CCL) 공급처를 엔비디아에서 아마존으로 확대하는 것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 전자BG(비즈니스 그룹)는 지난달 전북 김제 FCCL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두산은 지난해 9월 김제 공장을 준공했는데 8개월 만에 본격 양산체제를 맞은 것이다. 두산은 김제 공장에서 전파 손실이 적어 폴더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적합한 FCCL을 생산하고 있다. CCL은 절연층 양면을 전도체 역할을 하는 구리 박막에 접착한 형태의 제품인데 반도체 인쇄회로기판의 원료로 투입된다.
두산은 김제 공장에서 생산된 FCCL을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할 방침이다. 최근 폴더블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 스마트폰 관련 제품은 성능이 고도화하는 동시에 소형화·경량화하는 추세라 고성능 FCCL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초 신형 폴더블폰을 출시하고 내년에는 애플의 참전도 확실시된다.
두산은 AI 가속기향 CCL에 더해 신규 FCCL 라인을 가동하며 실적 성장세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두산은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쓰이는 CCL을 납품해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주사인 두산의 자체 사업인 전자와 두타몰 등은 올 1분기 매출 4850억 원, 영업이익 1211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8배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4.9배나 급증했다. 1분기 말 기준 김천과 증평 공장 가동률은 모두 110%를 넘어선 상태다.
특히 업계는 두산이 연내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로 CCL 공급 계약을 추가해 실적 상승세에 날개를 달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아마존과 구글 등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가속기 공급망을 다변화하려 반도체 기업과 AI 연산에 특화된 주문형 반도체(ASIC)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두산은 마벨과 아마존이 개발 중인 AI 칩의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3분기부터 발주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산은 올해 CCL 사업본부장과 전자BG장을 지낸 유승우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만큼 관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두산은 2027년까지 958억 원을 투자해 CCL 생산라인을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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