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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경호 두고 경찰 vs 경호처 기싸움… 힘겨루기 계속되나 [채민석의 경솔한이야기]

대통령 취임 행사서 몸싸움도

尹 체포영장 때부터 힘겨루기

대선 기간 때도 주도권 다툼

"처장 임명 후 자연스레 해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서문광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 경찰 특공대가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경호처와 경찰이 이중으로 경호를 맡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면서 경호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양 기관의 기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대통령 취임 행사 때 가벼운 몸싸움까지 벌인 경호처와 경찰은 논란이 일자 서로 한 발 씩 물러서긴 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부터 이어져 온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달 4일 이 대통령의 취임선서 행사가 진행된 국회 로텐더홀에서 경찰과 경호처 소속 경호원이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언론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홀로 들어서자 행사장 안으로 뒤따라가던 경호처 경호원을 경찰 경호원이 막아선 것이다. 짧은 몸싸움을 벌인 두 사람은 신경질적으로 서로를 노려보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경호처가 이 대통령 취임 하루 전 경찰 22경호대를 배제한 것도 주요 갈등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서울경찰청 직할부대인 22경호대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달라는 경호처의 요청을 묵살한 바 있는 부대다.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저지한 주요 인물들의 라인이 경호처 내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경찰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들의 몸싸움은 이 대통령에 대한 경호 주도권을 두고 경호처와 경찰이 벌이는 경쟁의 단편적인 예시로 풀이된다. 선거 운동 기간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경호는 경찰이 담당하지만 당선 후에는 경찰이 빠지고 경호처가 업무를 인계 받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 경찰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가 적극적으로 막아섰다고 본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이례적으로 경찰이 경호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다만 경호처는 4일 오전 7시부터 이 대통령에게 경호업무 개시를 보고했으며, 방탄 차량도 제공하는 등 독자적으로 경호를 강행했다.

대통령경호처 경호관들이 27일 서울 강서구 경호안전교육원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취임식 차량 퍼레이드 훈련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호처와 경찰의 자존심 싸움은 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에도 벌어졌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이 후보를 저격하기 위한 사거리 2㎞ 수준의 저격 소총이 밀반입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호처에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경호처 또한 저격과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경찰은 2㎞ 밖에 있는 저격범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저격용 총기 관측장비를 배치하고 전담 경호 요원을 투입하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기싸움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은 이 대통령의 후보시절부터 근접 경호를 담당하던 전담 경호대를 4일 밤부터 철수하기로 하면서 한 발 물러섰다. 경호처 또한 경호 업무에서 배제시켰던 22경호대를 다시 업무에 복귀시켰다.



이달 3일 대선 이후 경찰 특별수사단이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을 재소환하는 등 경찰이 경호처에 칼 끝을 지속적으로 겨누는 등 당분간 기싸움을 이어갈 요소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특수단이 윤 전 대통령의 비화폰 의혹 등 수사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경호처는 내부 인사 개혁 등이 예정돼 있어 분위기는 점차 기울 것으로 분석된다.

경호처는 이재명 정부 출범 하루 뒤인 4일 황인권 신임 경호처장이 임명되자 그 다음 날인 5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현재 원서접수 중인 2025년 대통령경호처 7급 경호공무원 공개경쟁채용'과 시험이 진행 중인 '대통령경호처 특정직 경호공무원 경력경쟁채용', '일반직공무원(방호) 경력경쟁채용'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새 정부의 채용 기준에 맞는 인재상을 정립한 뒤에 다시 채용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분위기가 반전되면 자연스럽게 갈등도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김 전 차장이 경호처에 남아있을 당시에는 견제로 인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었는데 김 차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뒤에는 자료 제출 등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며 “여기에 새 경호처장이 임명된데다 바뀐 기준으로 채용되는 신규 인원까지 유입되면 기존에 남아있던 라인들이 자연스럽게 해체되고 갈등도 사그라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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