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확정 지은 사내는 라켓을 떨군 뒤 클레이(흙)코트와 하나가 된 듯 하늘을 보고 벌러덩 누워버렸다. 불과 며칠 전 모국 선배 라파엘 나달(39·스페인)이 눈물의 은퇴식을 치른 대회에서, 후배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는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롤랑가로스의 붉은색 클레이코트를 지배하던 ‘흙신’ 별칭의 주인공이 나달에서 알카라스로 바뀔 시간이 된 것이다.
세계 랭킹 2위 알카라스가 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635만 2000유로) 마지막 날 남자 단식 결승에서 얀니크 신네르(1위·이탈리아)에게 3대2(4대6 6대7<4대7> 6대4 7대6<7대3> 7대6<10대2>) 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의 우승 상금은 255만 유로(약 39억5000만 원)다.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에 성공한 알카라스는 2022년 US오픈, 2023년 윔블던, 지난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 이어 다섯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수집했다. 2000년 이후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2년 연속 우승은 나달과 구스타부 키르텡(브라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또 그는 프랑스오픈 역대 최다인 14회 우승의 나달이 이번 대회 개막식에서 은퇴식을 치르면서 ‘흙신’ 타이틀도 차지했다. 그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클레이코트 대회 경기에서 22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이날 알카라스는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며 우승을 쉽게 내주는 듯했으나 이후 내리 세 세트를 따내는 역전승으로 드라마를 연출했다. 5시간 29분 동안 경기가 펼쳐져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 사상 최장 기록을 썼다. 종전 기록은 1982년 4시간 42분이었다.
알카라스는 신네르와 상대 전적에서도 최근 5연승으로 8승 4패의 우위를 이어갔으며 메이저 대회 결승 무패 행진을 달렸다. 반면 지난해 호주오픈과 US오픈, 올해 호주오픈까지 지속된 신네르의 메이저 결승 전승과 지난해 US오픈부터 이어온 메이저 대회 20연승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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