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VIP운용 “롯데렌탈 유상증자 철회해야”…상법 개정안 첫 시험대 되나 [시그널]

■‘대주주 배불리기’ 논란

상법 개정안 첫 시험대 오르나

일반주주 이익 침해 꼼수 지적

롯데렌탈이 운영하는 롯데렌터카 서울역 지점 전경. 사진=롯데렌탈 제공




VIP자산운용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한 롯데렌탈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했다. 일반 주주만 희생된 불공정한 거래라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이사의 충실 의무가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첫 사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VIP자산운용은 어피니티를 상대로 롯데렌탈의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해왔다고 이날 밝혔다. 어피니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유상증자 추진으로 일반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롯데렌탈은 올해 2월 지분 56.17%를 어피니티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주당 7만 7115원의 고가 거래였다. 당시 시장 주가 2만 9400원의 약 2.6배에 달했다. 호텔롯데는 5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1조 5000억 원 이상에 매각했다. 경영권 프리미엄만 1조 원에 달했다.

VIP가 문제삼는 건 같은 날 이뤄진 롯데렌탈 이사회의 어피니티 대상 대규모 신주 발행 유상증자를 결의다. 주당 발행가액은 2만 9180원이었다. 이 유상증자를 통해 어피니티는 지분율을 63.5%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전체 평균 매입단가는 약 16% 낮아지는 효과를 얻게 된다. VIP 측 주장에 따르면 대주주는 보유 지분을 고가에 매각하는 동시에 대주주가 임명한 이사회는 매수자에게 추가 지분을 ‘헐값’에 배정한 것이다. VIP 측은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돼 일반 주주 피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롯데렌탈 이사회는 ‘긴급한 경영상 필요’에 따른 자본 조달이었다고 주장한다. VIP 측은 재무제표를 보면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VIP 관계자는 “롯데렌탈은 부채비율이 업계 최저 수준인 약 377%이며, 4506억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3년간 약 2조 3000억 원의 영업현금흐름이 예상되는데, 재무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구조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상증자가 비싼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기 위해 대주주가 매수자 측과 짬짜미한 거래 구조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SK렌터카와 비교해도 롯데렌탈의 유상증자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VIP 측 주장이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8월 SK렌터카를 인수하며 단독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SK렌터카의 부채비율은 574%로 롯데렌탈보다 훨씬 높았다. 어피니티는 유상증자를 단 한 차례도 단행하지 않았다. 100%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VIP 측은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유상증자 결정이 투자 단가를 낮췄을 뿐만 아니라 향후 상장폐지를 노린 지분 확대 전략으로 의심한다. VIP 관계자는 “어피니티는 지난해 12월에도 락앤락의 소액 주주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상장 폐지를 강행한 전례가 있다”며 “이런 전력이 있는 상황에서 롯데렌탈 유상증자가 소액 주주의 권익을 무시하고 강행된다면 의도된 행위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상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회는 대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롯데렌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이슈와 정확하게 맥락이 닿아 있다. 상법 개정 이후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훼손한 첫 공식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렌탈은 현재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나오지 않았다. 유상증자가 실제 실행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롯데렌탈의 유상증자는 상법 개정이 실질적인 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하는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는 회사 재무 상태에 비춰 정당성이 낮다”며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 보호 차원에서도 유상증자 계획 철회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VIP자산운용은 원칙적으로 비공개, 우호적 행동주의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롯데 측이 유상증자를 강행할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롯데렌탈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철회하는 것이 향후 롯데그룹과 어피니티의 자본 시장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과 같은 중장기 목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렌탈은 선제적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안정성 확보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대주주 변경 시 발생할 수 있는 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란 것이다.

롯데렌탈은 대주주 변경에 따라 최소 4000억 원에서 최대 7200억 원 규모의 사채 조기상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 특수성을 고려, 재무구조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주주 가치 희석 우려에 대해서는 제3자 배정 방식을 택해 주가 하락 위험을 차단하고 기존 주주의 권리를 보호했다고 해명했다. 신주 발행가 역시 할인율 없이 기준시가로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롯데렌탈은 지난 3월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가 오히려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덧붙였다.

VIP자산운용은 지난해 HL홀딩스의 자사주 기부 계획에도 반대했다. 당시 VIP의 문제 제기는 일반 주주들의 공감을 샀다. 결국 HL홀딩스는 자사주 기부 계획을 철회했다. 전량 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로고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