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슈퍼마켓(SSM)이 최근 소비자들의 지갑 닫힘과 주요 식품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극심한 소비침체 속에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 주요 식품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되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의 1∼4월 유통업 매출 동향 자료를 종합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SSM 등 4대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SSM만 고객 1인당 구매액과 점포당 매출액이 모두 줄었다. 해당 기간 SSM의 월평균 1인당 구매액은 1만71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7408원)에 비해 1.2% 감소했다.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도 3억4500만원으로 지난해(3억6000만원)보다 3.0% 줄었다.
다른 유통 채널과 비교해도 SSM의 부진은 도드라진다. 업태가 가장 유사한 대형마트는 해당 기간 1인당 구매액이 0.6% 소폭 늘었다. 점포당 매출액 증가율은 0%대로 정체했으나 역성장은 면한 상황이다. 편의점은 점포당 매출액이 1.0% 쪼그라든 반면에 1인당 구매액은 2.3% 많아졌다. 소비 양극화의 중심에 있는 백화점의 경우 1인당 구매액(4.1%↑)과 점포당 매출액(3.9%↑)이 모두 늘며 오프라인 채널 중에선 가장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SSM의 부진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일례로 롯데슈퍼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05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287억원) 대비 7.2% 줄었고 영업이익도 120억원에서 32억원으로 73.3% 급감했다. 점포 수가 최근 4년 새 연평균 10% 이상 꾸준히 늘고 있는 GS더프레시의 경우 신규 출점에 힘입어 같은 기간 매출은 9.2%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21.2% 감소하며 수익성은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에서 가까운 식료품 특화 매장' 전략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의 틈새를 파고들던 SSM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결국 소비 침체로 유통의 마지막 보루인 식품 소비마저 줄었기 때문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산업부의 유통업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SSM 전체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2.5%로 대형마트(69.8%)나 편의점(55.7%), 백화점(12.5%)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말 그대로 식품 소비가 줄면 매출이 빠지는 구조다.
이러한 식품 소비 절벽 이면에는 주요 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진 탓도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올해 1분기 전체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상승하는 동안 식품 물가는 3.5%나 올랐다. 가공식품이 3.0% 올라 전체 식품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SSM을 포함한 일선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 판매하는 주요 가공식품 34개의 소비자 실구매가를 조사해보니 24개 상품이 1년 전보다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상승률은 7.1%나 됐다.
다만, 이달 초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힌 데다 새 정부가 강력한 내수 진작책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앞으로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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