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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두 거장의 상상,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 기하추상 선구자 서승원

4년 만에 개인전 '인터플레이'

부드러운 색과 은은한 빛 활용

관람객에 고요한 명상의 시간

■'한지 입체 추상' 대가 전광영

한지로 감싼 수백개 조각 배열

감물·황토 자연 색으로 물들여

30년째 연작 독특한 조형 선봬


한국 추상 미술의 현재를 이끌어온 두 거장이 신작 개인전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한국 기하 추상의 선구자로 불리는 서승원(84) 화백과 ‘한지’라는 독특한 소재로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한 전광영(81) 화백이 각자 수십 년 고민해온 추상과 철학의 깊이를 완숙하게 구현한 최신작들을 선보인다. 한국 추상의 현주소는 물론 만년에도 새로운 조형 언어를 모색 중인 두 거장의 예술적 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진화 중인 서승원의 ‘동시성’


사각의 캔버스를 채운 흰 바탕 위로 연노랑과 하늘색, 연분홍과 같은 부드럽고 은은한 사각의 색면들이 경계 없이 부유한다. 복숭아꽃 등에서 발견한 이 자연의 색들은 하얀 창호지를 넘어온 듯 한번 ‘걸러진’ 빛깔로 서로 스며들고 어울리며 관람객들에 독특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서승원 화백의 개인전 ‘인터프레이’ 전시 전경. 사진 제공=PKM갤러리




서승원 화백이 PKM갤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 ‘인터플레이’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PKM갤러리


서승원 화백의 개인전 ‘인터플레이(The Interplay)’가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개막했다. 회고전 격으로 화백의 작품을 총망라했던 2021년 개인전 이후 4년 만이다. 서 화백은 “4년간 그린 400~500여 점의 신작 중 20여 점의 정수만 골랐다”며 “좀 더 진화한 깊이 있는 작품들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절제와 금욕, 명상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만난 무념과 침묵의 세계를 어떻게 진솔하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전시장을 가득 채운 20여 점의 작품은 그가 50여 년간 천착해온 주제인 ‘동시성’의 완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화백이 뜻하는 동시성이란 형태와 색채, 공간이 동일한 가치로 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보이는 세계에서 균등하게 드러나게 한다는 철학적인 사유를 담고 있다. 화백의 동시성은 활동 초기 자로 잰 듯 날카로운 선과 면, 선명한 오방색을 집약한 기하 추상으로 표현됐지만 1990년대 무렵부터는 경계와 형상이 흐려지고 확산하기 시작했다. 강렬했던 원색들도 시간의 필터를 지나 맑고 투명해졌다. 만년에 접어든 화백이 선보이는 현재의 추상은 부드러운 색과 은은한 빛으로 바라보는 관람객을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전시명은 ‘상호 작용’을 의미한다. 작품 속의 빛과 공간, 색과 면, 면과 공간, 형상과 여백 등이 상호 작용하는 세계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 결과물들이기에 이름 붙였다고 화백은 설명했다. 또 한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100호 이하의 작품들인데 물리적 스케일보다 밀도와 깊이에 초점을 맞췄다고 부연했다. 중심 색과 크기가 저마다 다른 작품들이 때로는 캔버스 그대로 때로는 나무 프레임과 유리 액자로 감싸여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장이라는 공간, 그리고 작품과 작품 간의 상호 작용까지 고민한 흔적들이다. 7월 12일까지.



더 화려하게 피어난 전광영의 ‘시간의 꽃’


한지로 감싼 수백 개의 삼각형 조각을 촘촘하게 배열한 ‘집합’ 시리즈로 평면과 조각의 경계를 허물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독특한 조형 세계를 펼쳐온 전광영 화백은 서울 강남구 페로탕에서 개최 중인 개인전 ‘타임 블러섬’을 통해 붉고 푸른 천연색으로 물든 새로운 ‘집합’을 선보인다.

서울 페로탕에서 열리고 있는 전광영 작가의 개인전 '타임 블러섬' 전시 전경. 사진 제공=페로탕


전광영, ‘집합(Aggregation) 25-AP033'. 사진 제공=페로탕


어린 시절 한약방에서 보았던 약봉지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집합’ 시리즈는 고서 파편을 감싼 삼각형 조각을 통한 반복과 축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동양적 시간관과 감각, 현대 조형 언어가 교차하는 작품은 서구 추상과는 뚜렷하게 차별되며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받아왔다. 30년째 ‘집합’ 연작을 선보이는 가운데 이번 신작들의 특징은 화려한 색이 덧입혀졌다는 것이다. 과거 회색빛, 흑갈색 일색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는 감물, 황토, 쑥, 인디고, 울금 등 자연에서 채취한 강렬한 컬러들이 한지 조각을 물들였다. 그야말로 ‘시간의 꽃’이 활짝 피어난 셈이다. 만년의 작가가 손녀와 시간을 보내면서 다양하고 화사한 색채가 작품에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새로운 작업인 ‘품’ 연작도 처음 공개됐다. ‘감싸안는다’는 의미를 지닌 ‘품’ 연작은 정제된 평면과 부드러운 구조를 통해 시간이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휴식을 선사한다. 7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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