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하반기부터 ICT 분야의 공공연구기관은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기업과 함께 최종 성과물을 제품화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연구기관이 연구 기획 단계부터 기술사업화를 염두에 두도록 독려하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중소기업이 기술이전을 꺼리고 있어 이 같은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8일 열린 ‘AI·디지털 기술사업화 전략대화’에서 “2030년까지 ICT R&D의 산업계 참여율을 현재의 40%대에서 78%까지 높이고 신규상장 기술사업화 기업을 30곳으로 늘린다”며 이 같은 비전을 발표했다. 공공연구기관의 R&D가 기술이전 후 기업과 연계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이어달리기’ 정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발표한 ICT 기술사업화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과제의 핵심은 ‘R&D 산업계 참여 활성화’다. 기술성숙도(TRL)가 5단계 수준인 응용·개발 R&D는 연구기관이 기획 단계부터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제시하고 산업계가 포함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술사업화를 독려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계획은 이르면 하반기부터 추진된다.
정부는 R&D 결과물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경로가 분절적이어서 성과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 같은 정책을 마련했다. 실제로 ‘전략대화’에서는 각계 기관과 기업들로부터 “공공연구원은 기초·원천 기술에 집중하는 반면 기업은 비즈니스모델과 연계 가능한 기술을 요구하는 등 수급 격차가 크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연구기관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기업을 발굴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연구기관의 기술 중 90%가량은 중소기업으로 이전되는데, TRL 5~6단계인 출연연의 R&D를 중소기업이 이전받아 사업화를 위한 7~9단계로 올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기관의 기술사업화 조직(TLO)을 지금보다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처럼 기술사업화 성과가 비교적 좋은 기관은 TLO 인력이 수십 명에 달하지만 대부분 연구기관의 TLO 인력은 3~5명 수준에 그친다. 국내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일부 기술은 대형 핵심 기술이 필요해 중장기 연구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중견 이상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며 “전 단계를 아우르는 기획형 기술사업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