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샘플을 출하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005930)보다 빨리 시제품을 생산한 것이다.
10일(현지 시간) 마이크론은 36GB(기가바이트) 용량의 12단 HBM4를 다수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10㎚(나노미터·10억분의1m)급 5세대(1b) D램을 쌓아 HBM4를 제조했고 전작인 5세대 HBM(HBM3E)보다 정보처리 속도가 60% 이상 향상 됐다고 설명했다. 전력효율도 20% 이상 개선됐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해 6월 열린 대만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에서 “내년 상반기 HBM4 샘플을 출하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계획된 로드맵대로 차세대 제품 개발이 진행된 셈이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쌓아서 만든 칩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인공지능(AI) 연산장치 바로 옆에 장착해 고용량 데이터 저장과 신속한 정보 처리를 제공한다. 내년부터 AI 반도체에 본격적으로 쓰일 HBM4는 데이터 출입구(I/O) 수가 전작보다 2배 늘어난 2048개로 생산 난도가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HBM4 시장에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SK하이닉스(000660)다. 올 3월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 1위인 엔비디아에 시제품을 제공했고 하반기 양산을 위한 성능 향상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보다 샘플 출하 시점이 약 3개월 늦지만 삼성전자보다는 진행 상황이 빠르다. 지난해 HBM3E 8단과 12단에 이어 HBM4 샘플 제공에서도 삼성을 제친 것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양산을 목표로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활용해 HBM4를 설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설계한 HBM용 10나노급 6세대 D램의 성능을 3분기께 검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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