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는 가전제품과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사업 영역으로 일찍이 로봇을 점찍었다. 2022년 3월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 첫 행보는 로봇”이라며 본격적인 육성 의지를 밝힌 삼성전자는 전담 조직을 강화해 직접 개발에 나서는 한편 주요 기술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로봇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지분투자를 늘려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기존 지분율은 14.7%였지만 콜옵션 행사로 지분을 35%로 늘리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휴보 랩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 기업이다.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글로벌 로봇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선행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으로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 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해 향후 패러다임을 바꿀 원천 기술 경쟁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최근 로봇 알고리즘 스타트업인 피지컬 인텔리전스에도 소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지난 6개월간 외부에 알려진 것만 3곳의 로봇 기업에 투자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앞서 투자한 피규어AI와 1X·필드AI·브이심 등과 더불어 다양한 로봇 기술 확보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올해 직접 개발한 로봇 ‘볼리’를 출시하며 소비자 접점도 늘린다. 삼성전자가 올여름 출시할 예정인 가정용 로봇 볼리는 최초의 소비자용 로봇으로 삼성전자가 로봇 상용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신호탄이 될 예정이다.
3년 전 로봇 진출을 공식화한 삼성전자가 최근 들어 속도를 내는 것은 글로벌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촉발된 AI 혁명이 올해부터 물리 세계로 본격 확장되며 로봇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먼일처럼 여겨졌던 휴머노이드 상용화 시점도 대폭 앞당겨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역시 디지털 세계 속의 AI가 제조업·로봇·자율주행 등 실제 생활로 옮겨오는 ‘피지컬AI’가 AI 혁명의 다음 챕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 기조 연설에서 “피지컬 AI와 로봇 공학은 차세대 산업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4년 20억 3000만 달러였던 휴머노이드 시장은 연평균 45.5% 성장해 2029년에는 132억 5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을 구성하는 기술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삼성이 자체 개발과 투자,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며 “빠른 상용화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투자와 활발한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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