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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만 원권 8.5에 사 1.5 남겨…'국민 피땀' 꿀꺽한 온누리 가맹점





대구 지역의 A 소매점은 지난해 브로커를 통해 매집한 온누리상품권 687억 원어치를 은행에서 환전했다. 실제 물품을 거래하지 않고 매출을 조작해 환전 한도를 키운 뒤 할인된 가격으로 챙긴 상품권을 은행에서 액면가 그대로 환전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와 가게 주인은 수십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서울에 있는 B 서점은 가맹점으로 등록된 1호 본점의 QR코드를 비가맹점인 2호점에 비치해 상품권을 받았다. 서울의 또 다른 C 서점의 경우 서적은 비가맹점인 본점에서 판매하고 결제는 가맹점인 허위 점포에서 하도록 유도했다. ‘전통시장법’은 전통시장이나 골목형 상점가 등 지정된 곳에서만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을 허용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상품권 깡’ ‘유령 점포 거래’ 등 부정한 방식으로 암암리에 유통된 온누리상품권 규모가 지난 한 해에만 2982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시장과 지역 골목상권을 살리고자 2009년부터 발행된 온누리상품권이 10년 넘게 당국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세금으로 운용되는 온누리상품권의 본래 발행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력과 제도 등 전반적인 감시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총 발행액 중 부정유통 7% 달해


13일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처음으로 진행한 자체 실태 조사와 신고에 따른 청문 등을 통해 적발한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 금액(적발 가맹점의 작년 온누리 상품권 매출)은 총 2982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총 발행액인 4조 2880억 원의 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온누리상품권 16년 만에 첫 실태조사


정부는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대구 마늘 가게 사건’으로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문제의 마늘 가게는 온누리상품권으로만 월평균 63억 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확인돼 크게 논란을 빚었다. 이에 정부는 온누리상품권 매출 1억 원 이상 가맹점과 주류 소매 의심 가맹점 등 총 449곳을 대상으로 16년 만에 첫 합동 점검을 벌였다. 그 결과 모두 134곳에서 부정 유통이 확인됐다. 이번 실태 조사는 전수가 아닌 표본조사여서 실제 부정 유통 금액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부정 유통의 주요 유형은 지류 상품권의 경우 ‘물품 거래를 하지 않고 상품권 거래’ ‘비가맹 지점에서의 수취’ ‘대리 구매’ 등이었다. 모바일 상품권은 비가맹 지점에서 QR코드를 통한 결제 등의 방식으로 부정 유통된 사실이 적발됐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국이 그동안 부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상품권 구매 한도를 제한하고 모바일 상품권을 도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며 “감시가 쉬운 디지털 온누리 사용권의 이용을 편리하게 만들고 유명무실한 신고센터의 기능을 살려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QR조작에 자전거래까지 판쳐…"드러난 부정은 빙산의 일각"



매출 뻥튀기해 환전 한도 늘린 뒤
할인된 상품권 매집, 액면가 교환


정부가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총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현장 조사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의 부정 유통 천태만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024년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5억 원 이상인 가맹점 15곳을 대상으로 10월 21~30일 진행된 1차 조사에서는 10곳에서 자전거래, 대규모 거래 후 취소 등 부정한 방법으로 환전 한도 상향, 브로커를 통한 상품권 유통 등의 위법 사항이 적발됐다. 가맹점은 직전 2개월 매출의 평균만큼 온누리상품권을 은행에서 환전할 수 있다. 자전거래는 가맹점 간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는 것으로 자전거래 시 매출이 불어나 환전 한도가 올라간다.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인 가맹점 347곳과 주류 소매 의심 가맹점 87곳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11일에서 12월 11일까지 이뤄진 2차 조사에서는 지인이나 친인척·브로커 등을 통해 온누리상품권을 5~15% 할인된 가격으로 매집한 뒤 은행에서 액면가를 받는 방식으로 상품권깡을 한 가맹점 등을 적발했다. 매출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가맹점 가운데 부정 유통 가맹점은 52곳이었으며 주류 소매점으로 판단되는 가맹점은 72곳으로 집계됐다. 주류 도소매업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제외 업종으로 분류된다.

깡·유령 점포 거래 등 꼼수 판쳐
비가맹점에 가맹점 QR 비치


온누리상품권 유형별로 부정 유통된 금액을 살펴보면 지류 상품권이 전체 부정 유통 금액의 98.2%를 차지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종이 형태 상품권의 경우 세무 당국의 추적이 어려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류 상품권은 탈세 및 불법 유통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 카페 등에는 지금도 버젓이 ‘지류 온누리상품권 삽니다. 가격은 85%입니다’ 등의 게시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의 경우 부정 유통 금액은 크지는 않지만 증가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적발된 부정 유통 금액은 53억 원이지만 전년 대비 80% 늘었다. 모바일 상품권 부정 유통은 QR코드를 이용해 이뤄졌다.

당국은 신고에만 의존 '관리 사각'
전수조사땐 유사사례 급증 불보듯


더욱 심각한 사실은 적발된 부정 유통 금액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태 조사를 통해 적발된 134곳과 신고를 당한 곳, 고소·고발의 대상이 된 곳 등 일부 가맹점에서 2982억 원의 불법 유통 금액이 적발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국적으로 약 19만 곳인 전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서는 부정 유통이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지 않겠냐는 얘기다. 세금을 투입해 온누리상품권을 할인해주고 행사 환급액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온누리상품권의 부정 유통이 이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데는 당국의 허술한 관리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이 신고에만 의존해 파악한 최근 5년(2019~2023년)간 부정 유통 누적 금액은 538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한 해 적발 금액인 2982억 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신고센터를 활성화해 실효성 있는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나온다. 현재 부정 유통 감시 체계는 소진공이 신고를 받으면 전화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두 차례까지는 유선으로 계도한다.

"감시체계 전반 강화 시급" 지적


오세희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온누리상품권이 돈세탁에 사용되거나 범죄수익이 돼서는 안 된다”며 “관리 감독 및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등 주무 부처의 책임 있는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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