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소송전’까지 거론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가 기업 영업 현장에서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오픈AI가 ‘묶어 팔기’를 통한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신규 수주에서 MS를 제치는 구도다. 오픈AI는 MS에 지분율 삭감과 클라우드 독점 영업권 포기를 요구하며 독자 노선을 향하는 중이다. ‘슈퍼을’이 된 스타트업이 최대투자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드문 사례다.
18일(현지 시간) 디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딥리서치, 코딩 에이전트 등을 함께 구매할 시 챗GPT 앱 기업 구독료를 최대 20%까지 할인 중”이라며 “이 때문에 앱과 모델 할인율을 낮추지 않는 기조인 MS 영업 담당자들이 좌절감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MS 영업 담당자들은 오픈AI에 발맞춰 가격 인하를 타진했으나 승인 받지 못했고 결국 일부 계약을 놓쳤다고 한다.
MS는 오픈AI 기존 최대 투자사로 오픈AI 기술의 클라우드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기업 상대 독점 유통망을 갖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오픈AI의 ‘직판’은 가능해 영업 현장에서 수주 경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이는 대 정부 계약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지난 16일 미 국방부는 오픈AI와 2억 달러 규모 AI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간 미 정부는 MS 애저 클라우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오픈AI 기술을 사용해왔다. 오픈AI가 MS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에 나선 구도다.
오픈AI에 초기 운영 자금과 AI 개발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지원하는 대신 ‘AI’라는 상품의 유통권을 확보하고자 했던 MS는 당혹스러운 처지다. MS는 오픈AI 설립 후 2023년 초까지 총 130억 달러를 투자해 오픈AI 사업법인 지분 49%를 확보했다. MS는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2030년까지 오픈AI 기술을 공유받기로 하고 클라우드 독점 판매권을 얻어냈다.
하지만 ‘을’이던 오픈AI가 빠르게 성장하며 ‘갑’이던 MS의 위치가 위태해지고 있다. MS 마지막 투자 당시 290억 달러에 불과했던 오픈AI 기업가치는 최근 소프트뱅크 등의 투자로 3000억 달러에 이르게 됐다. 이에 오픈AI는 2030년 이후 협력 지속을 조건으로 MS를 압박 중이다.
오픈AI는 MS가 현 사업법인의 공익법인(PBC) 전환에 동의하는 한편 지분율을 49%에서 33%로 줄이고 클라우드 영업 독점권을 포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존 AWS, 구글 클라우드 등에서도 오픈AI AI 기술을 팔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또 오픈AI는 현재 MS가 공유 받는 매출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인수한 기업 기술에 대한 MS의 접근을 막고자 한다. 오픈AI는 최근 코딩 AI 스타트업 ‘윈드서프’를 인수한 바 있다. 윈드서프는 MS 깃허브 코파일럿과 경쟁 관계다.
오픈AI 설립 목적인 일반인공지능(AGI) 구현 시점에 대해서도 양사 마찰이 빚어지는 중이다. MS는 최초 투자 당시 AGI가 달성되면 오픈AI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접근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AGI의 정의는 모호하기만 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부드러운 특이점”을 맞고 있다며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섰고 이륙이 시작되고 있다”고 썼다. AGI 달성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올해 들어 수차례 오픈AI 신 모델에서 AGI를 느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MS는 계약 조건에서 ‘AGI 달성 시점에 기술 접근 포기’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고자 한다.
올트먼과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수차례 계약 조건 변경에 관해 논의했으나 여전히 간극이 크다고 한다. 올트먼 축출 사태 당시 우군으로 나서는 등 초기 성장을 도왔던 MS는 오픈AI의 뒤바뀐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MS가 오픈AI와 논의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MS가 완고한 태도를 보이는 데 따라 오픈AI는 내부적으로 MS를 반독점 규제 당국에 고발하는 시나리오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인포메이션은 “다른 스타트업이 최대 투자사와 계약 변경을 이토록 많이 요청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오픈AI는 이미 MS 사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며 “오픈AI는 이미 매출 공유 계약과 클라우드 사용료로 MS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한데다 MS도 오픈AI 기술을 통해 올해 130억 달러에 달하는 AI 매출을 창출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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