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요청에 따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용 양극재 양산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려 합니다. LFP 양극재는 중국에서 독점 생산 중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북미 배터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낮아진 만큼 K배터리에도 기회가 열렸습니다.”
최수안 엘앤에프(066970) 대표이사 부회장은 19일 서울 용산구 서울스퀘어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구에 구축한 LFP 양극재 파일럿(시범생산) 라인에 매주 국내외 배터리·완성차 업체들이 방문하며 협력을 논의 중”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LFP 배터리는 K배터리가 주력으로 하는 하이니켈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중저가형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위주로 수요가 늘고 있다. 그동안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주도해왔고 특히 LFP 배터리 양극재도 중국 업체들이 독점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엘앤에프의 LFP 시장 진출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지적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 중국 관세 정책으로 K배터리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 부회장은 “현재 미국과 중국이 타결한 대로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확정된다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LFP 양극재는 한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잃게 된다”면서 “더구나 북미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겨냥한 외국우려기업(FEOC) 규제 강화로 중국산 소재를 배제해야 하는 만큼 LFP 양극재를 서둘러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배터리 셀 및 완성차 업체로부터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곳 내외의 글로벌 기업과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 안에 수주를 확정지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산 ESS 배터리는 40.9%의 관세를 적용받아 10%의 관세가 부과되는 한국산 대비 관세율이 3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엘앤에프는 당초 연간 5만톤 규모의 국내 양산 개시 시점을 내년 4분기로 잡았지만 이를 앞당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SS 수요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 관리용에 더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으로 폭발적으로 늘면서다. 최 부회장은 “북미에서 추진되는 대형 ESS 프로젝트 하나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전기차로 치면 많게는 10만대 분량에 달할 정도로 ESS 시장은 K배터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중국 외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LFP 양극재를 대량 양산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엔에프는 국내에 이어 미국에도 LFP 양극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 배터리 기업인 미트라켐에 145억 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다. 이 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2027년부터 LFP 양극재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부회장은 “미국에 직접 진출하는 이유는 현지에 제대로 된 양산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로서는 엘앤에프가 미국에서 최초로 LFP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에 직면해 있지만 투자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게 최 부회장의 방침이다. 그는 "투자금 때문에 증설을 멈출 생각은 없다”면서 “공급 물량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하반기 중 흑자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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