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해외 유전자 조작을 수반하는 신규 임상시험에 대한 승인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착수되는 임상시험 중 참여자에 대한 투명한 정보 제공, 윤리적 동의, 민감 생체자료의 국내 처리 원칙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진행을 불허하겠다는 방침이다.
20일 FDA에 따르면 일부 임상에서는 참가자의 세포를 해외로 이전해 유전자 조작한 뒤 다시 주입하는 과정에서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인의 민감한 유전정보가 외국 정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임상 방식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12월 제정하고 올해 4월부터 시행한 데이터 보안 규정의 예외조항을 통해 가능해졌다. 해당 규정은 중국 등 우려국가로의 민감 정보 이전을 제한하면서도, FDA가 승인한 임상시험에 한해서는 미국 기업이 DNA 등 생물학적 시료를 외국 실험실에서 가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중국 공산당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예외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마티 마카리 FDA 국장은 “이전 행정부는 미국인의 DNA가 해외로 반출되는 상황을 사실상 방관했고 많은 임상시험 참여자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환자 보호와 공공 신뢰 회복, 미국 생명과학의 리더십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FDA는 현재 해당 예외조항을 적용받아 승인된 기존 임상시험 전반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신청되는 임상시험은 윤리성과 투명성, 국내 관리 여부 등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심사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승인을 제한할 계획이다. 또 FDA는 국립보건원(NIH)과 함께 연방 자금이 투입된 연구 과제 중 유사 사례가 있는지 여부도 점검 중이며, 필요 시 추가 규제나 정책 조치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명령 제14117호 및 제14292호의 이행 일환으로 외국 적대세력의 생물학 정보 악용 차단과 연구 보안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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