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년 반 만에 3000포인트를 돌파한 가운데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빚투(빚내서 투자)’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동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기준 코스피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1조 5614억 원으로 지난달 말(10조 4483억 원) 대비 10.65% 증가했다. 9조 원대 초반이었던 작년 연말과 비교하면 약 28% 늘어났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통상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 잔고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업종별로는 증권과 은행의 신용 잔고 증가율이 각각 98.24%, 58.68%를 기록하는 등 금융권 종목에 대한 ‘빚투’가 큰 폭으로 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증시 부양 및 상법 개정에 대한 수혜주로 증권주·은행주가 꼽히면서 투심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증권업종지수는 같은 기간 15.89% 상승했다. 금융(42.34%), 건설(38.92%), IT서비스(34.14%), 보험(28.53%) 등에도 상승 기대감이 집중됐다.
반면 코스피 지수가 3일 대선 이후 단기간에 10% 넘게 급등한 것에 대한 경계감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하락 베팅’ 지표인 공매도 잔고는 지난달 30일 6조 7502억 원에서 18일 7조 8556억 원으로 16.37% 늘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미리 판 뒤 나중에 이를 사들여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으로, 공매도 잔고는 빌린 주식을 매도한 뒤 아직 청산하지 않은 주식이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공매도 잔고가 늘어나게 된다.
증권가에서도 지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열을 가늠할 때 유용한 시가총액 대비 거래소 거래대금은 비율은 0.6%로, 이차전지 쏠림이 심했던 2023년 7∼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코로나 이후 평균인 0.59%보다는 살짝 높은 수준”이라며 “단기적으로 급등하기는 했지만 과열 징후는 뚜렷하지 않으며 하반기에도 업종별 순환매 속에 고르게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승세는 실적 기반이 아닌 투자심리 개선에서 비롯된 랠리”라며 “코스피가 3000선 부근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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