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들어 첫 대미 협상 길에 오른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새 정부 들어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는 이 기세를 몰아 최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부가 당초 밝힌 ‘줄라이(7월) 패키지’ 마련 계획은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 본부장은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 DC 출국을 앞두고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당부 사항이 있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적, 상호호혜적 협상에 방점을 두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여 본부장은 “새 정부 들어 첫 번째로 양국 통상 수장이 만나는 자리”라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협상을 가속화해 상호호혜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겠다는 선의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22~27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 미국 행정부와 장관급 면담을 개최할 계획이다.
다만 여 본부장은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7월 8일까지 미국과 관세·비관세 및 비통상 이슈까지 포괄한 ‘7월 패키지’를 도출하기로 한 계획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제 7월 패키지라는 말은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미국 내 상황이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가변적이어서 7월 초 상황을 현재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측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소고기 월령 제한 폐지, 정밀 지도 반출 허용 등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번 기술 협의에서 여러 가지 부분들이 상세히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미 기술 협상 실무 대표를 맡은 박정성 무역투자실장은 “이번 협의에서는 16일 발족한 대미 협상 태스크포스(TF) 및 관계 부처가 참석해 양측 관심 사항을 중심으로 수용 가능한 대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새로 확대된 체제 아래 이번에 심도 있게 모든 이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우리에게 민감한 부분들을 최대한 미국 측에 설명하고 설득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 본부장은 미 의회 주요 인사와도 면담을 진행하고 미국의 관세 조치와 관련한 한국 측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IRA 세액공제 개편을 포함한 예상조정법안과 관련해 한국의 대미 투자 기업이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미 의회의 지지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여 본부장은 “양국의 산업, 경제는 긴밀히 연계되어 있는 만큼 이번 방미를 통해 우리 기업의 원활한 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미국 내 우군들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는 “우리 업계의 우려 사항을 전달하겠다”며 “이런 부분도 미 상무부나 USTR, 백악관 쪽과 접촉해 충분히 우리 업계의 우려 사항을 전달하고 건설적으로 협의해 나갈 부분이 있는지 최대한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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