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요? 오로지 재미를 기준으로 스토리를 먼저 정하고 사회적 메시지는 그 다음에 따라올 뿐입니다.”
일본 대표 미스터리 소설가 다카노 가즈아키(사진)는 20일 신간 ‘죽은 자는 입이 있다(황금가지)’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1년 ‘13계단’으로 일본 추리문학계 신인상인 ‘에도가와 란포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2011년 내놓은 인류 종의 위협을 다룬 대작 ‘제노사이드’는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100만 부와 10만 부 이상 팔리는 대흥행을 거두며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쓴 단편 중 여섯 편을 추린 단편집을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출간했다.
다카노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연코 ‘재미’다. 재미를 위해 쓰다 보면 사회적 메시지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내가 읽고 싶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씁니다. 미스터리 소설은 살인 사건을 마치 게임처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매력적입니다. 이 과정을 풀어나가다 보면 사회 현실 문제를 아무래도 다루게 되는 식입니다.”
범죄와 살인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주로 다루는 이유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남모르게 행한 선행보다 남몰래 저지른 살인에 더 큰 반응을 보인다”며 “작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독자가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릴 적부터 코넌 도일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심취했다는 그는 독자 시절 가장 집중했던 지점으로 “스토리 전개가 어떻게 될까, 이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를 꼽았다. 그리고 “이것이 창작자로서 바탕이 돼 지금도 이야기의 흐름과 공감 가능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재미를 우선시하다 보니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메모해두는 습관도 생겼다. 그는 “20대부터 적어온 아이디어 노트가 지금까지 4권이나 된다”며 “아이디어를 정하고 나면 방대한 자료 조사에 들어가는 식”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에는 영화 감독을 꿈꿨다고 한다. 그의 저서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가 한국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언젠가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그는 “지금은 감독으로서 신인이기에 저예산 영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그에 맞춰 이미 두 편의 각본을 완성해둔 상태”라고 전했다.
올해 61세인 다카노 작가는 앞으로도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나이가 들면 도덕적인 이야기나 ‘좋은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들이 ‘어쩜 이 늙은이는 이렇게 바보 같은 이야기를 썼나’ 하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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